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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슬육정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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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1  16: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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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여리고 가느다란 초록 이파리가 하늘하늘 흔들린다. 부드럽게 솔솔 부는 바람을 미풍이라고 한다. 그보다 더 작은 바람에도 하냥 흔들리는 여린 이파리에 대롱대롱 맺혀있다. 바라보는 이가 더 긴장된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토르르 굴러 떨어질 것만 같다.

점 하나, 점 둘, 점 셋 그리고 조금 더 큰 점 하나, 그보다 큰 점 하나! 그리고 톡 톡 톡 뿌려진 듯, 여리여리한 이파리에 돌돌돌 매달렸다. 미세한 움직임에도 사라질 듯, 아슬아슬 매달린, 그 모습 그대로 화폭이다. 신의 붓 끝으로 내렸는가! 지난 밤 그리도 찬란하게 쏟아져 내리던 별 빛의 화신이던가! 새벽길을 밟고 온 그 맑고 투명함에 어지럼증이 인다. 순간에 사라질 듯한, 영롱한 자태에 육체는 시나브로 빈 공간이 되어 간다.

새벽마다 맑은 눈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들여다본다. 그 혼탁함에도 흔들림 없이 세상의 분진 하나 묻히지 않았다. 하투명하여 이쪽 세상에서 저쪽 세상까지 훤히 보인다. 세세하게 따지지 않아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냥 다 보인다. 오래전에도 그랬고 아주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맑고 투명하다.

있는 그대로여서 진실하고 보여지는 그대로여서 신뢰되고 변함없으니, 그래서 굳이 변명하고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 게 아니었다고 우길 것도 따질 것도 없다.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보여 지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지구를 뜨겁게 달구던 여름도 한 발짝 물러섰다. 아침, 저녁으로 선선하니 살맛이 나는 것 같다. 그런데 세상은 시끌벅적하다.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떠들썩하다. 한쪽에선 ‘힘내세요’ 한쪽에선 ‘사퇴하세요’ 세상살이가 참 묘하다.

우린 보편적으로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혼자 살아 갈 수 없는 삶이기에 공동체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누구든 공인이라면 더욱 그렇다. 공적인 일을 믿고 맡겨야 하기에 더욱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보기에 보편타당해야 한다. 누구든 언행이 일치 되지 않는다면 분명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동안 새벽부터 찌는 더위 속에서 겨우 버텨 오다 이제 선선한 계절이 되니 기분 좋은 아침 산책을 할 수 있었다. 처서가 지나면서 선선해지니 계절은 때가 되면 스스로 알아 물러나고 다가선다는 것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문득, 오늘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아들들이 아침은 먹고 출근 했는지 슬그머니 염려가 된다.

힘없는 어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해야 걱정 해 주는 일 밖에…, 이제 막 떠오른 아침햇살이, 이슬로 쏟아지니 동글 동글하게 풀잎으로 연, 무지개들이 환상적이다. 소심한 마음에 발끝으로 풀숲을 툭툭 차며 걸어갔다. 이슬이 만든 무지개들이 부서져 내렸다. 쾌감을 느끼며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발목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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