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유공자께 진심으로 사과
역사교육 강화 계기로 삼을 것"
의회·시민단체, 정 군수 비난
"극우 아베와 과거사 인식 같아"

▲ 보은지역 시민단체인 '보은 민들레 희망연대'는 30일 보은읍 중앙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일본 아베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가 30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보은지역 시민단체인 '보은 민들레 희망연대'는 30일 보은읍 중앙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권 군수' 정 군수는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보은=충청일보 심연규기자] 일본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공분을 산 정상혁 충북 보은군수가 사과했다.

정 군수는 지난 달 30일 보은군 홍보실에서 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사과하며 자신의 발언으로 상처 입은 독립 유공자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정 군수는 "저의 발언이 본의 아니게 일본을 두둔한 것처럼 비쳐 이 나라를 사랑하는 국민께 큰 심려를 끼쳤다"며 "저의 발언으로 큰 상처를 입은 보은군민과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여러분과 똑같은 마음으로 아베 정부를 규탄하는 한국인이고, 현재까지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한국인의 자긍심을 지키며 살아갈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앞으로 보은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더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의 발언을 다시 한 번 깊게 뉘우치면서 앞으로 일본과 극우파 아베 일당의 만행을 규탄하는 한편, 역사를 바로 알리기 위해 역사교육 강화 사업을 적극 펼치겠다"고 약속하며 "저의 발언으로 상처를 입은 독립유공자와 가족, 위안부 피해 할머니,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며 머리를 숙였다.

정 군수의 사과에 앞서 보은군의회와 보은민들레희망연대는 이날 정 군수의 사과를 촉구하고 그의 언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군의회는 이날 보은군 홍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온 국민이 나서 한 목소리로 일본을 성토하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일본 아베 정부를 두둔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국민적 공분을 산 정 군수는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또 "전 국민의 공분을 산 발언으로 고통 받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광복회, 삼일유족회, 군민께 정 군수의 진심 어린 사과와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응선 군의장은 "일본의 경제 침략 전쟁을 성토하는 시기에 군수의 잘못된 발언으로 국민과 군민이 큰 상처를 입었다"며 "군정의 동반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대신 사과했다.

김 의장은 또 "군의회는 충북도내에서 두 번째로 일본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며 "앞으로 잘못된 역사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역사교육 예산 편성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일본 경제 보복에 강력히 대응, 과거사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장은 "군수의 사과 촉구에 의원들이 동의했고, 군수와 같은 당인 한국당 의원들도 의장에게 (군수 사과 촉구를)일임해 줬다"고 했다.

보은지역 시민단체인 보은민들레희망연대는 이날 보은읍 중앙사거리에서 정 군수 규탄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2017년 보은군이 보은읍 뱃들공원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도록 자리를 내줘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막말을 듣고 보니 그동안 정 군수의 행보가 모두 정치적 쇼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일본 아베 정권은 우리나라를 매춘관광국가라면서 위안부를 매춘부로 매도하는 발언을 하고 위안부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으로 매춘을 선택했다는 막말을 거듭하고 있는데, 정 군수의 말이 아베의 말과 무엇이 다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보은군은 군민과 소통 없는 불통 군정에다 갑질 군정, 치적 군정으로 이미 많은 군민으로부터 불만의 소리를 듣고 있다"며 "군수 측근의 농지에 생태 블록 공사를 해주고 60여 억원을 들여 조성한 훈민정음 마당의 범종에 군수 이름을 새겨 넣어 치적 자랑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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