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변호사

 

[충청광장] 장광덕 변호사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은밀한 신체부위나 성관계 등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당하지 않을 자유가 있고, 그러한 자유는 인간의 존엄성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로부터 보호받는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의 주요부위나 특정한 행위 등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유포되는 경우, 피해자는 성적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고, 나아가 인격형성에 큰 타격을 입으며, 심지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말살되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는 경우에 이를 수도 있다. 한편, 19세 미만인 아동·청소년을 이용하여 음란물을 제작하면, 아동·청소년의 인격형성에 큰 장애가 발생할 수 있고,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에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배포한 자를 각 형사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처벌규정에도 불구하고 카메라촬영 범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고 있다. 대법원은 A씨가 내연남과의 성관계 동영상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해 내연남 부부에게 전송한 사건, B씨가 만 19세 미만인 청소년과의 성행위를 스마트 폰으로 촬영한 사건, C씨가 헤어진 여자친구로부터 과거에 전송받은 나체사진과 샤워 장면이 담긴 영상을 지인들에게 배포한 사건에 대하여 모두 무죄 취지의 판결을 선고하였다.

국민의 법 감정에 의하면, 위와 같은 판결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헌법 제13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에 따라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이 제1조 제1항에 죄형법정주의를 천명한 이유는, 역사적으로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이 국민의 예측가능성을 넘어 법을 해석함으로써 억울하게 처벌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함에 있을 것이다.

위 사례에서 A씨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신체를 촬영한 동영상을 촬영한 것이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성폭력처벌법은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경우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동영상을 촬영한 경우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B씨는 아동·청소년과의 성행위를 촬영하였지만, 촬영물에 등장하는 사람이 아동·청소년인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배포 등’을 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면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대하여는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는 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으로 규정하여, 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이 아동·청소년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까지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않다.

C씨는 여자친구가 스스로 자신의 신체를 촬영한 영상은 성폭력처벌법상 ‘촬영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다만, C씨가 위 영상을 유포한 것은 음란물 유포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부분에 대하여는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위와 같은 무죄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한다는 인식이 깊어지면, 국회는 현행법에 흠결된 행위를 처벌하도록 법을 개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18. 12. 18. A씨와 같이 촬영물의 복제품을 반포한 경우도 처벌하도록 성폭력처벌법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현행법 하에서 무리한 유추해석이나 확대해석을 통해 처벌범위를 넓히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이기에, 대법원은 위 사례들에서 죄형법정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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