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내일을 열며] 심의보 충북교육학회장·교육학박사

흔히 오복(五福)을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라고 했다. 오래 살고, 재물이 넉넉하며, 건강하고, 복덕 짓기를 좋아하고, 명대로 살다가 편히 죽는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은 그 첫째 복이었다. 지난 달 발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19’에 의하면 우리나라 기대수명은 2017년 기준 남자 79.7년, 여자 85.7년으로 평균 82.7년이다. OECD 국가의 평균이 80.7년, 가장 긴 일본이 84.2년이다. 미국이 78.6년, 독일 81.1년, 프랑스 82.6년이니 우리나라는 세계적 장수국가이다.

장수하는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행복할까? 불편한 이야기지만 불행하다.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노인자살률이고, 다른 하나는 노인빈곤율이다. ‘2019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노인자살률은 58.6명으로 OECD 국가 평균(18.8명)의 3배가 넘는다. 노인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노인 빈곤율(2017년 기준)도 42.2%에 이른다. OECD 국가 평균(13.5%)의 3배를 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을 고려했을 때 믿기 싫지만 현실이다.

이 시대의 노인들이 왜 불행할까? 게으르고 노후대책을 세우지 않아서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은 일제의 압제를 견디고, 6.25의 비극을 이겨내고, IMF와 싸우면서 가족의 생계와 국가의 산업화를 위해 온몸을 바쳐 열심히 일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오늘의 풍요를 만든 주역이다. 그들은 가족과 함께 살고 사회에서 존중받기를 원하지만 사회는 잔인하게도 그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천덕꾸러기’의 시선을 견뎌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카프카는 ‘변신’에서 가족에 관한 무서운 진실을 이야기한다. 그레고르가 어느 날 곤충으로 변하고 가족들이 돌본다. 거대한 곤충으로 변신한 그를 보고 가족들은 놀라고 슬퍼하며, 또 절망한다. 처음에는 가족애를 발휘해서 그 흉측한 곤충을 참고 돌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슬픔과 사랑은 사라지고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저것 때문에 못살겠으니 없애야 한다'고 외친다. 더 이상 돈을 벌어 생계를 책임지던 예전의 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냉대와 폭력, 증오 속에서 고독하게 죽는다.

곧 추석이다. 우리는 오늘의 가족과 노인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사회교육에서 백행의 근본이며 인간됨의 출발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다. 보다 근본적인 인간윤리의 문제와 사회복지의 문제, 나아가 한국사회의 전반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로서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들의 품위있는 생존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노인들이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삶의 조건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위에 품성과 교양의 정도를 높이는데 평생학습은 중요하다. 대부분의 노인회나 노인복지관, 주민자치센터의 2학기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시작했다. 평생학습이야말로 품위있는 삶의 유지에 긴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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