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택견은 무예로서는 최초로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 지정되었고, 2011년 11월 28일 제6차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도 무예로서 최초로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택견의 메카인 충주가 있어 충청도 사람들에게는 낯선 이름은 아니지만, 태권도와 비교하여 한국의 무예로서 대중화가 늦어 택견의 아름다움과 정신이 더 널리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2019년 충주 무예마스터십에서 택견경기를 보고 있으려니 즐겁다.

조선 정조 때 간행된 《재물보(才物譜)》에 "수박(手搏)은 변(卞)이라고 하고 각력(角力, 힘겨루기, 씨름)은 무(武)라고 하는데 지금에는 이것을 탁견이라 한다."는 것이 택견을 최초로 언급한 내용이다.

택견은 서거라, 섰다, 이크, 기합소리와 함께 두 장사가 힘을 겨룬다. 기본자세는 절과 품이다. 절은 몸을 가지런히 하고 양발에 뒤꿈치를 붙이고 발끝은 45도를 향하게 하여 양손을 포개어 아랫배에 가볍게 댄다. 품은 원품, 좌품, 우품이 있다. 원품은 적의 공격에 빨리 대응할 수 있는 자세, 좌품은 적의 공격을 왼쪽으로 변화하여 선 방어자세, 우품은 적의 공격을 오른쪽으로 변화하여 선방어를 대비한 자세이다.

그리고 택권을 보면 익숙한 품밟기, 발질, 활갯짓 등이 있다. 택권의 낭만적인 움직임과 선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품밟기 발질 활갯짓인데, 보통의 무예가 직선적이고 거친 느낌이 나는 것과 달리 택견은 부드럽고 우아하다. 문화와 전통이 그 민족의 역사와 얼을 닮아 있듯이 전통무예인 택견 역시 그러하다.

타민족을 공격한 역사가 없듯이 살생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백자처럼 질박하면서도 청자처럼 세련되고, 전통무용처럼 부드럽지만 열두 척의 배로 수 백 척의 왜선에 승리한 명량해전처럼 강력하다. 서서히 몸을 움직이며 유희하듯이 노닐다가 어느 순간 공중으로 독수리처럼 솟아올라 공격하기도 하고, 양팔을 휘젓듯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다가 갑자기 상대를 잡아채서 발로 다리를 걸어 낚아채니 어느덧 상대의 몸이 공중으로 올라 땅으로 떨어진다.

이러한 택견의 전통은 초대 인간문화재 고(故) 신한승옹이 밝힌 택견인의 정신에 잘 나타나있다. 그는 “우리민족의 뿌리인 전통문화는 우리 민족과 더불어 영원한 것이고 우리국민의 사상을 단합시킬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뿌리로 한 우리 거래의 선비 정신인 참 정신을 바르고 옳게 이해하고 실현하는데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택견이 담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은 2019년에도 이어져 2019충주국제무예마스터십에서 꽃피우고 있다. 8월 30일에서 9월 6일까지 8일간 충주에서 개최되며, 100여개국 4,000여명이 20개 종목을 겨룬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선수가 택견경기에 참여하는 것도 수월찮게 많이 보인다. 신기하고 재미나서 한참을 보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택견판이 금지되는 아픔이 있었듯, 우리민족과 역사를 함께한 택견이 충주에서 오천년 우리 민족의 얼을 전세계로 퍼뜨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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