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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점쟁이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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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05  11: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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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에 3번 실패한 후, 호남지방에 있던 부모님 묘를 경기도 용인시로 이장하였다. 그 이유는 조상의 묘지 때문에 대권에 실패하는 것이라는 점쟁이 말 때문이었다. 그는 2년 뒤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정말 신통한 점괘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다.  그래서 이회창 대통령 후보도 흉내를 내었다. 대통령 선거에서 2번 실패한 후에 충남 예산군으로 부모님 묘지를 이장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3번째 도전하는 대통령 선거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엔 점쟁이의 말이 틀린 것이다. 맞고 틀릴 확률이 50%라면 대통령 당선과 조상 묘 이장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합리적 판단이 아닌 점쟁이의 말에 따라 행동하곤 한다. 주술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은 학벌이나 직업과도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정계 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흔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의 원인이었던 한보그룹 사태는 정태수 회장이 불법으로 5조 7000억 원이라는 거금을 대출 받았다가 이 돈을 잃으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 이유는 점쟁이가 "쇳물을 만져야 큰돈을 번다."는 점을 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을 믿고 불법 대출한 돈으로 당진에 제철소를 지었다가 망한 것이 "한보철강사태"이다. 이 사태는 결국 외환위기를 불렀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주요 계열사로부터 497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되었는데, 횡령한 원인이 점쟁이에게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LG그룹 구본무 회장도 파주 공장을 지을 때 사고가 자주 일어나자 점쟁이로부터 길흉을 점쳤다고 하니, 사고가 나면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하는 상식을 뒤엎는 판단이다. LS그룹도 인수하려는 빌딩을 소유한 그룹들이 줄줄이 부도가 난 경력을 보고 액운을 막으려고 빌딩 북동쪽에 연못을 지었다고 한다. 금호그룹도 바로 옆에 위치한 흥국생명빌딩에 설치된 미국의 조각가 보로프스키의 거대한 조형물 '해머링 맨'의 망치에 의한 화를 면하기 위해 "망치로 물을 내리치면 출렁거릴 뿐 깨지지 않는다."는 점쟁이의 말에 따라 수경시설을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금호그룹은 이번에 망치를 제대로 맞은 것 같다.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도 신입사원 면접 때 점쟁이를 동원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원자의 관상으로 선발을 한 것이다. 오늘날 삼성그룹에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따기인데 선발 기준이 관상이라면, 면접보기 전에 성형수술은 필수일 수밖에 없다. 그를 따라 한 많은 기업들 때문에 면접용 성형이 유행하게 되었나 보다. 예전에는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보니, 점쟁이를 믿을 수밖에 없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AI가 빅데이터로부터 합리적인 판단을 돕는다.

최근에는 인사에 인성과 적성, 직무역량과 같은 검사 도구를 활용하는데, 특히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이라 학벌이나 지연 등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굉장히 신뢰로운 자료로 활용된다고 한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는데, 사람을 판단하는 검사도구가 제대로 작동해서 근거 없는 판단이 아닌 합리적인 판단을 도와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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