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 수필가

 

[월요일아침에] 김영애 수필가

맨드라미 목을 휘 감고 올라가더니 이제는 붉게 물들어 가는 남천 나무 가지를 죽기 살기로 올라가고 있다. 나팔꽃도 아닌 것이 마치 나팔꽃같이 청초하게 꽃을 피운다. 메꽃이다. 어디로부터 씨앗이 날라 왔는지 일부러 심은 적도 없는데 메꽃이 스스로 자라났다.

여름 내내 다른 화초들에게 죽자 사자 매달리는 메꽃 덩굴을 뜯어 말리면서 지냈다. 말리면 말릴수록 강해지는 사랑처럼 쑥쑥 자랐다. 이미 그 뿌리는 깊숙이 뿌리를 내렸고 나도 모르게 그 꽃에 스며들고 있었다. 못 말리는 메꽃이다. 맨드라미도 남천 나무도 싫지만은 않은 듯이 함께 여름을 나고 있었고 이제 곧 가을이다.

요즘 나의 시선을 머물게 하는 드라마가 있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드라마였다. 그러고 보면 TV는 나에게 바보상자가 아닌 생각상자가 된지 오래되었다. TV 앞에서 시간을 잘도 보내는 아줌마가 되었다. 그 드라마를 하는 요일 시간이면 한동안 빠져서 살았다. 집중을 하고 생각하는 즐거움은 독서의 즐거움과 못지않았다. 간접경험으로 나도 달콤한 사랑에 빠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웃집 여자들 둘이 바람이 나서 가출을 했다. 가정이 있고 자식이 있는 여자들이었으니 분명 불륜이다. 뒤도 옆도 돌아보지 않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서 미련 없이 떠났다. 그들은 일말의 후회도 미련도 없었다. 부와 명예를 다 가진 남편과 토끼 같은 자식을 둔 아름다운 여인은 그 집의 가정부일 뿐이었다. 남자는 가진 것을 이용해서 호시탐탐 밖으로 눈을 돌렸다.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여자는 외로워서 방황을 하다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된다.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통해서만 진정한 행복이 가능함을 깨닫는다.

부와 명예와 자식도 그녀에게는 걸림돌이 되질 않았다. 자기를 인정해주는 다른 남자를 통해서 자기의 존재를 발견한 여자는 행복했다. 또 다른 이웃집 여자는 가정밖에는 모르던 여자였다 불륜을 저지르는 이웃집 여자를 비난하면서 살았던 지고지순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무료하고 쓸쓸했다. 남편은 늘 직장업무로 피곤에 지쳐있었고 그저 새에게 밥을 주는 새들 엄마에 불과했다.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우연히 또 다른 사랑이 나타났다. 그 남자의 사랑 또한 지고지순했다. 외로운 사람들끼리의 사랑은 쉽게 깊어졌다.

몇 년 전에 일본에서 인기리에 상영된 영화와 드라마를 리메이크해서 만들어진 드라마였다. 불륜을 소재로 했지만 일본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메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던 숲을 배경으로 영상이 아름답기도 했지만 진정한 사랑과 존재의 가치를 얘기했다. 그녀들의 남편들은 뒤늦게 후회를 했지만 돌이킬 수가 없었다. 나는 불륜를 미화하는 마음은 결코 아니지만 그녀들 남편의 입장에 서고 싶지가 않았다.

메꽃의 꽃말은 '서서히 깊이 스며들다' 라고하며 일본에서는 불륜을 저지르는 여인들을 일컫는다고 했다. 우리 집 화단에 맨드라미도 남천나무도 언제나 메꽃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다정하게 손을 잡아준다. 그래서 메꽃은 죽기 살기로 그들을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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