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얼마 전 한 일간지에 ‘고층 아파트가 독일에선 애물단지’라는 기사가 실렸다. 우리나라에서는 낡은 고층 아파트를 재건축해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파트 건축의 흐름이다. 독일에서는 1970년대에 지은 20층 안팎의 고층 아파트를 폭파, 해체하고 4~5층 규모의 저층 빌라나 단독주택을 짓는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낡은 고층 아파트를 처리하는 해법이 사뭇 독일과 우리나라가 다른 것이 흥미롭다.

​1960~70년대 프랑스와 독일·영국 등 유럽에서는 도시화의 진행에 따라 인구가 집중되고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쉽고 빠르고 저렴하게 해결하기 위해 고층 아파트 건설이 성행했다. 그러나 안전사고에 따른 위험성 문제, 과도한 에너지 소비에 따른 환경 문제, 행동제약에 따른 정신질환 등 행동학적·사회병리학적 문제 등의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고층·고밀의 아파트 공급정책에서 저층 주거의 공급으로 주택정책이 바꿔져 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초고층 재개발만이 마치 하나의 대안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영국 런던 등 유럽지역의 경우는 고밀 저층 공동주택 형태로 재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 현상에 힘입어 고층 아파트가 여전히 최고의 주거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도 인구가 갈수록 감소하고 지역 집중에 대한 불균형이 점차 완화되는 도시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50년, 100년 후에는 우리도 비켜갈 수 없는 도시 주택 문제가 될 것이 틀림이 없다. 초고층 아파트의 열풍은 우리나라와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 도쿄 등 아시아와 뉴욕 등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등장과 1970년대에 지은 저밀도 아파트가 고층 아파트로 재개발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주택 5채 중 3채는 아파트다. 두 가구 중 한 가구는 아파트에 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달에 발표한 2018년 인구주택 총조사에도 전체 주택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61.4%, 일반가구 중 아파트에 사는 가구는 50.1%로 밝혀졌다.

아파트를 구입할 때 입지는 물론 세대수도 중요하다. 세대수가 많으면 아파트를 건설할 때 난방, 전기 등이 아파트 근처 도로공사를 거쳐 대용량으로 아파트 입구까지 들어오고 각 세대로 전달되면서 관리비도 떨어진다. 대신 세대수가 많으면 각 세대가 조금씩만 내도 단지내 커뮤니티센터, 수영장, 독서실 등이 가능하다. 손님맞이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대규모 단지도 있다. 선호도가 높으니 매매를 하기에도 쉽다.

이제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산다는 것은 그 가구의 경제적 능력을 보여주는 잣대가 됐다. 자식 결혼을 위해 고급 아파트를 전세로 마련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가 됐다. 부의 증식이 아파트가 첫번째로 꼽히기도 한다. 시중의 대화 속에서 아파트에 관한 얘기가 단골 메뉴가 된지 오래됐다. 외국에서는 저소득층과 이민자들이 주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우리나라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집단주의의 결과물인 아파트문화가 앞으로도 계속 될까.

1인 가구가 계속 늘어나고, 틀에 박힌 설계보다는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길 원하는 개인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니 아파트 선호도는 조금이나 누그러들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파트에 살다가 단독주택으로 옮긴 경우 집 주변 청소, 정화조나 재활용쓰레기 처리 등 일상의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단지를 겨냥한 병원, 쇼핑공간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이용이 아직은 어렵다. 아파트건, 단독주택이건 주거 공간으로서의 의미가 중요해지는 날이 와야하는데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아파트키즈’가 많아질 미래에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당장의 이익과 편리함에서 벗어나 이제는 조금 멀리 보는 안목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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