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진재석 기자] 너무 빨리 다가온 추석과 태풍에 농심이 멍들어 가고 있다.

예년보다 열흘가량 빨리 찾아온 추석에 감과 대추, 밤 등 수확이 더딘 일부 햇과일은 내다 팔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많은 비와 강한 강풍이 예상되는 태풍 '링링'이 북상할 것으로 예보되며 낙과 우려 등 과수농가의 시름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충북 보은은 경북 경산과 더불어 국내 최대 대추 산지다.

'늦여름 추석'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올해 추석이 예년보다 열흘 가량 이르다 보니 제수용 대추공급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 몇 년간 연속으로 추석이 대추 수확 시기를 앞섰지만, 추석을 전후해 한 해 유통량의 10% 가까이가 출하됐다. 그러나 올해는 평년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보은에서 20년째 대추 농사를 짓고 있는 A씨(58)는 "예년 같으면 쓸만한 풋대추를 골라 소규모로 판매했을 것"이라며 "올해는 비닐하우스 안이라도 이제 막 영그는 단계여서 출하 자체가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욕심에 상품성이 떨어지는 대추를 판매하다가는 보은대추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고 판단해 간헐적으로 들어오는 주문까지 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통가에서도 햇대추를 찾기 어렵다.

농협 충북유통의 청주 매장은 아직 햇대추 판매를 시작하지 못했다.

충북유통 관계자는 "보은대추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어서 생육이 좀 더 빠른 경산 등지의 햇대추를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급이 워낙 달리는 상황이어서 시세는 평년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2019년 추석 성수기 주요 농축산물의 출하 및 가격 전망' 보고서에서 지름 23㎜ 이상 생대추 도매가격을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은 10㎏당 4만∼4만5000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추석 대목만 기다리던 사과 재배 농가들의 한숨도 늘고 있다.

풍작에 따른 농산물 가격 폭락에다 이른 추석으로 명절 대목까지 비껴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주말 태풍 '링링' 북상까지 예보됐기 때문이다.

강한 비바람에 과일이 떨어지면 상품성을 잃기 때문에 공들여왔던 한 해 농사를 망치기 십상이다.

충북지역의 사과 재배면적은 4653㏊에 달하는 데 현재 수확률은 20%에 머물러 있다.

충주시 엄정면에서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B씨(52)는 "사과 재배 농가는 추석이 대목인데, 올해는 지난 해보다 가격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태풍으로 낙과 피해까지 발생하면 과수들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봄에는 냉해, 여름엔 가뭄과 폭염으로 열과(햇빛을 과하게 받아 과일의 껍질이 갈라지는 현상), 가을엔 태풍까지 계절마다 기상 요인 때문에 가슴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태풍으로 인한 농가 피해 예방을 위해 농업 시설과 수리 시설 및 복구 자재 등을 사전 점검하는 한편, 낙과 피해가 우려되는 사과·배 등 과수 농가에는 조기 수확을 독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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