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조사 없이 결정…증거 충분하다 판단한 듯

▲ 연합뉴스

검찰이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한 혐의로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를 전격 기소했다.

검찰은 기소에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이례적으로 당사자인 정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 없이 기소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6일 오후 10시 50분께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자정께 종료된 뒤 15분 만에 기소 사실을 공개했다.

검찰이 급박하게 움직인 것은 6일 자정을 기해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위조 의혹이 제기된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2012년 9월 7일에 발급됐으며, 사문서위조 혐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 교수를 소환 조사하지 않았지만, 객관적 증거를 통해 위조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기소일은 여야 대치 끝에 조 후보자가 지명 한 달 만에 인사청문회를 치른 날이다. 정 교수는 딸 입시·사모펀드 투자·웅동학원 채무 소송 등 전방위적 수사 대상이 된 조 후보자 가족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첫 사례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28) 씨는 어머니 정씨가 교수로 근무하는 동양대에서 총장 표창장(봉사상)을 받고, 이를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자기소개서의 '수상 및 표창 실적'으로 기재했다.

부산대 의전원은 해당 항목에 기재할 수 있는 실적을 '총장, 도지사·시장, 장관급 이상으로부터 수상 또는 장관급 이상이 인정하는 국가자격증'으로 제한해놨고, 상장 원본을 제시한 뒤 사본을 첨부하도록 했다. 조 후보자 딸이 기재한 실적은 동양대 총장상 한 가지다.

조 후보자 측은 딸이 동양대 교양학부가 주관하는 인문학 영재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해 지역 중·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으며, 이에 따른 총장 표창장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조 의혹은 최성해 동양대 총장이 조씨 딸에게 표창장을 발급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 외부로 불거졌다.

최 총장은 조씨의 표창장 상단 일련번호가 기존 총장 표창장 양식과 다르고, 총장 직인을 찍을 때는 대장에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남아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표창장에는 조 후보자 딸이 2010년 12월∼2012년 9월 봉사활동을 했다고 기재돼 있다. 정 교수가 동양대에 부임한 것은 봉사활동 시작 이후인 2011년 9월이다. 이와 관련해 최 총장은 "봉사 시기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표창장 위조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3일 경북 영주에 있는 동양대 총무복지팀 사무실과 정 교수 연구실을 압수수색했다. 이어 4일 최 총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부산대 압수수색을 통해 표창장 등 조씨 입학 서류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경북 지역 청소년들의 영어 에세이 첨삭 등 영어 관련 봉사활동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조 후보자는 위조 의혹을 부인하면서 만약 실제 위조가 있었다면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 의원들은 동양대의 상장 및 표창장 형식이 통일되지 않았다면서 최 총장 명의로 발급된 일련번호가 다른 표창장 여러 장을 제시했다.

그러나 검찰은 위조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가 갖춰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총장 표창장에 기재된 봉사활동 내용·기간이 사실과 다르고 일련번호와 상장의 양식 역시 통상 발급되는 총장 표창장과 상이하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공개된 표창장에는 "위 사람은 동양대 인문학영재프로그램의 튜터로 참여하여 자료준비 및 에세이 첨삭지도 등 학생지도에 성실히 임하였기에 그 공로를 표창함"이라고 기재돼 있다.

검찰은 증거가 확실할 경우 피의자 조사 없이 기소하기도 한다.

동양대 압수수색 사흘 전 정 교수가 연구실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를 갖고 나왔다가 압수수색 당일 제출한 점도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했다.

검찰의 전격 기소는 공소시효가 지나 사문서위조 혐의로 처벌하는 일이 불가능해질 경우 직면할 수 있는 수사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조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 결정되기 전에 일부라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속도를 내왔다. 법무부 장관은 인사·행정적으로 검찰을 관할하며, 주요 사안에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정 교수 기소에 따른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위조 의혹 당사자를 한 차례도 직접 조사하지 않고 기소하는 게 적절하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청와대와 검찰의 대립 구도도 심화할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6일 "이번 수사는 한마디로 사회 정의를 바로 잡자는 게 아니라 조 후보자를 무조건 낙마시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라며 "조 후보자를 치려고 하는데 약점이 없으니 가족을 치는 아주 저열한 방식"이라고 반감을 드러냈다.

검찰은 정당하게 발급되지 않은 표창장을 제출해 부산대 입시를 방해한 혐의(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정 교수에 대한 다른 혐의 수사도 계속해서 진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 교수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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