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서 4명 사상 … 과수·벼 농가 '날벼락'
충북서도 주택 파손·가로수 뽑힘 등 잇따라
대전·세종선 간판에 행인 부상·하우스 파손

[충청일보] 기록적인 강풍을 몰고 온 태풍 '링링'은 한반도를 빠져나갔지만 충청권에 남은 상처는 컸다.

대전·세종·충남서 1명이 숨지고 3명(소방 집계 1명 사망·6명 부상)이 다친 것으로 8일 잠정 집계됐다.

충북에선 과수 191그루가 쓰러지고 낙과 58.4㏊, 주택과 축사, 간판 파손 등 시설물 피해가 56건 접수됐다.

이슬이 맺히며 가을이 시작된다는 백로(白露)이자 일요일인 이날 충청권 곳곳에서는 본격적인 태풍 피해 복구가 시작됐다.

△충남
서해상을 훑으며 북상한 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충남에선 4명이 숨지거나 다치고 건물 파손과 정전, 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충남도 재해대책본부와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10시 30분쯤 보령시 남포면에서 A씨(75·여)가 강풍에 날아가 숨졌다.

A씨는 트랙터 보관 창고 지붕이 강풍에 날아가는 것을 막으려다 이 같은 참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던 공무원과 소방관이 다치기도 했다.

이날 낮 12시 40분쯤 서산시 부석면에서 도로에 쓰러진 가로수 제거 작업을 하던 공무원이 기계톱에 발을 다쳐 서울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비슷한 시각 천안에서는 바람에 날아간 지붕 보수작업을 하던 소방관 김 모씨(31)가 돌풍에 중심을 잃고 2.3m 높이에서 떨어져 다쳤다.

시설물 피해는 수백건이 잇따랐다.

오전 7시 10분쯤 홍성군 금마면 한 도롯가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충남에서만 모두 113그루가 바람에 넘어졌다. 

서천군 한산면에서는 오전 4시쯤 가로수가 쓰러지며 전선을 건드려 15분 동안 전기 공급이 끊겨 300여 가구가 불편을 겪었으며 보령시에서도 새벽 한 때 원인을 알 수 없는 정전이 발생했다가 복구됐다.

태안군 남면 한 배수지는 정전으로 가동을 멈추면서 702가구가 단수됐다. 

당시 강풍 때문에 접근이 어려워 복구 작업이 지연되기도 했다. 

아산시 읍내동에선 강풍에 아파트 어린이집 지붕이 날아갔으며 전봇대가 넘어져 주변 전기 공급이 끊겼었다.

또 아산 한 공장 가시설이 도로 위로 넘어지면서 한 때 지방도 645선의 교통이 통제됐다.

태풍에 가장 근접했던 태안에서는 천연기념물 138호 모감주나무군락지 나무가 여러 그루 쓰러졌고 주택 지붕이 날아가거나 건물 옥상에 설치한 통신용 안테나가 파손됐다.

수확을 앞둔 과수와 벼 등 농작물 피해도 잇따랐다.

천안의 배 농가 15㏊가 낙과 피해를 보는 등 서산·논산·당진·예산 등 11개 시·군의 사과·배 과수원 120.5㏊가 피해를 봤다.

논산에서는 논 21.5㏊의 벼가 쓰러지는 등 강풍으로 인한 벼 도복 피해가 140.2㏊에 달했다.

당진·예산·청양·태안 31개 농가 비닐하우스 3㏊가 강한 바람에 파손됐으며 태안 가두리양식장이 강풍에 부서지면서 조피볼락(우럭) 2만마리가 유실됐다.

안면송 120그루를 포함해 도내에서 나무 180그루가 강풍에 쓰러졌다.

오후 1시 16분쯤에는 서산시 구도 선착장에 계류돼 있던 52t급 여객선이 태풍에 닻이 끌려 떠밀리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태안해경이 출동, 고박 조치했다.

강풍의 영향으로 서천 앞바다 파도 높이가 최고 9.1m에 달했으며 안면도(8.2m), 신진도(6.7m) 해상 물결도 높았다.

보령 외연도 등 충남 서해 섬 지역을 오가는 7개 항로 여객선 운항은 모두 중단됐다.

섬 지역 어선은 내륙 항구로 이동해 결박하는 등 선박 5735척이 피항했다.

△충북
태풍 '링링'이 몰고 온 강풍으로 충북에서 농작물 피해와 주택 등 시설물 파손이 잇따랐다.

8일 충북도에 따르면 전날 링링이 지나가면서 평균 순간 최고 초속 16.3m의 강풍이 불어 수확을 앞둔 과수 191그루가 쓰러지고 58.4㏊에서 과일이 떨어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동군 추풍령면 신안리 한 과수원에서는 갑작스러운 강풍에 6년생 홍로 사과나무 150그루가 쓰러졌다. 

정확한 집계는 이날 오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여 강풍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 피해 집계와는 별개로 소방당국은 전날 태풍 '링링'과 관련해 가로수 쓰러짐 등 290건의 피해 신고를 접수한 뒤 출동, 처리했다.

건물 외장재 고정 64건, 도로 23건, 간판 고정 64건, 나무 제거 89건, 기타 50건 등이다.

주택이 파손되고 가로수가 뽑히는 등 시설물 피해도 잇따랐다.

주택과 축사, 간판 파손 등 시설물 피해가 56건 접수됐다.

청주시 흥덕구 신봉동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주택 담벼락이 파손됐으며 충주시 수안보면 단독주택 지붕이 날아가 주민 1명이 긴급 대피했다.

청주시 옛 남궁병원 네거리 인도의 가로수가 강풍으로 뿌리째 뽑히는 등 가로수 263그루가 넘어졌다.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야산에서 2t짜리 돌이 도로변으로 굴러떨어져 한 때 교통이 통제됐다.

영동군은 이날 중장비를 동원, 낙석을 치웠다.

△대전·세종
'링링'은 내륙인 대전과 세종에서도 위력을 떨쳤다.

지난 7일 오후 4시 9분쯤 대전 유성구 계산동의 한 상가에서 간판이 떨어지며 B씨(59)를 덮쳤다.

간판에 맞은 씨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불명 상태다.

같은 날 오전 5시 17분쯤 대전 서구 둔산동 도로변에서는 가로수가 쓰러지며 차량을 덮쳐 운전자 1명이 경상을 입었다.

대전 서구 한 공사장에선 안전펜스가 떨어져 나갔고 대전보건대 기숙사 외벽 드라이 비트 일부도 뜯겨 나갔다.

대전에서는 가로수 쓰러짐·간판 탈락·비닐하우스 파손 등 159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세종에서는 소정리역 철길 인근 고물상 지붕 패널이 철로 위로 떨어졌으며 어진동 공사 현장 임시 가설물이 휘어지는 등 54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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