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충청칼럼] 조동욱 충북도립대 교수

이제 며칠 후면 추석이다. 벌써 마음은 본가에 가 있다. 추석 전 날 미리 성묘하고 본가가서 소폭 한 잔 하며 오랜만에 형님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 피우며 큰형수님께서 구워주신 빈대떡과 각종 전을 먹을 생각에 벌써 마음이 흥분된다. 하기사 성묘 길에 대한 기억도 참 좋다. 공원묘지에 계시는 관계로 벌초할 일은 없지만 묘소 흙 다듬어주며 오는 길에 행주산성에서 국수 사먹고 본가 근처에서 안주거리 조금 더 구입하여 본가로 가는 과정도 참 좋다. 자녀들 데리고 가는 본가이지만 사실 부모님께서 소파에 앉으셔서 ‘왔어?’ 란 소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단지 한 마디뿐인데 그 소리를 못 듣는 마음의 허전함이란 참 크고도 크다. 집사람이나 나나 모두 늦둥이 막내여서 본가, 처가 모두 부모님들 돌아가셨다. 한마디로 고아이다. 그래서 추석 때 처가는 도시락 싸서 성묘만 하고 온다. 대구인 관계로 성묘 마치고 귀청하는 길에 차가 참 밀리지만 어쩌랴. 집사람 비위 맞추려면 성묘 다녀와야지. 정말 사위 사랑은 장모였던 것 같다. 사위 왔다고 교회 권사님이셨지만 술 좋아한다고 술상을 거나하게 봐 주셨는데 이제 장모님마저 돌아가신 후 아예 안 가게 된다. 또 하나 추석이 되면 거금이 생긴다. 왜냐하면 효도휴가비라고 하는 것이 나오는데 이 돈이 상당히 큰 금액이다.

결혼 초기부터 집사람에게 이 돈은 부모님 드리고 영수증 첨부하여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는데 집사람은 아직도 이것을 믿고 있다. 물론 어머니 생전에 돈 받은 척 영수증 만들어주는 어머니의 명석함과 순발력에 아직도 1년에 추석과 설날 등 두 번씩 거금이 생긴다. 다만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났음에도 이 돈이 입금되니까 이에 대해 물어본다. 이 돈이 왜 아직도 나오느냐고. 그 순간 내 잔머리는 비상하게 돌아간다. 묘소관리비 그리고 부모님 대신 그 역할을 하시는 분께 드리도록 되어 있고 아니면 반납해야 한다고 말했더니 반납보다는 묘소관리비내고 큰 형님께 드리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제안을 한다.

집사람의 말을 존중하는 척 그리하자 하고, 이에 영수증 써 주시는 큰 형님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그렇지만 그 막간에 묘소관리비를 내게 하는 큰형님의 계산도 대단하시다. 아무튼 1년에 두 번은 그간 교회 다닌 것에 대해 복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더 나아가 집사람이 자기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간 돈 해 먹은 것이 탄로 날 텐데 그저 남편 말을 액면그대로 믿어주는 집사람이 정말 사랑스럽다.

더욱 감사한 것은 명절 휴가비를 효도휴가비라고 명명한 공무원 선생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또 이 자리에서 정근수당도 건강관리비 또는 체력단련비라고 붙여 주길 관계 당국에 건의 드린다. 더욱이 추석은 설날과 달리 세뱃돈도 나갈 염려가 없으니 기쁘고도 기쁘다. 아무튼 본가가서 소주 한 잔하고 2차로 음식점 가서 한 잔 더 할 생각에 벌써 기분이 마냥 좋아진다. 모두들 해피 추석 되십시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