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도완
중원대교수
지금 대한민국은 직전 대통령을 지내신 분의 서거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져있는데, 그 죽임이 스스로 생명을 마감한 것이라 더욱 큰 슬픔과 함께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자살이란 용어는 자발적으로 그리고 의도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끊는 행위를 의미하며, 자신의 생명을 끊으려는 시도 혹은 그러한 경향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되고 있다.

생명의 존엄성에 대해서는 모든 종교의 교리에서 강조하고 있으며, 수많은 철학자들과 종교인들이 자살은 어떠한 이유라도 미화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생명을 파괴하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스의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은 "자살은 신의 영역에 인간이 침범한 것으로 보아 죄이다."라고 하였으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살은 사회에 대해 각자의 책무를 비겁하게 회피하는 행동"이라고 규정했고,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살은 절대로 용서 받을 수 없는 살인"이라고 주장 하였으며, 토마스 아퀴나스는 "자살은 자연에 대한 범죄이며, 인간 공동체와 신에 대한 범죄 행위"라고 했다. 독일 관념론 철학자 칸트는 "자살을 정언명령에 대한 위반이며, 일반인이 보편법칙이라고 여기는 의무라는 원칙에 대한 위반"이라고 정의했고, 초월적 관념론자인 피히테도 "자살하는 사람은 자신의 미래를 통째로 파괴하기 때문에 용기가 있다고 인증할 수 없으며, 삶이 견디기 힘들다고 해도 삶을 견디는 것이 인간에게 요구되는 가장 고귀한 덕목"이라고 강하게 주장 하는 등 많은 철학자들이 자살에 대해 분명한 반대를 표명하였다.

불교에서는 생사의 윤회와 미혹의 세계에서 해탈의 깨달음 세계인 열반사상 입장에서 자살을 금하고 있으며, 가톨릭에서도 낙태의 금지와 함께 자살을 죄악시하는 사상이 강하고, 기독교 역시 생명은 신이 주신 선물인데 그것을 거부하는 것은 신을 거부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자살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자살에 대해 연구한 학자들의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것이 있다. 자살 경향이 낮은 나라는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명확히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그 나라 국민성이 호전적이고, 낙천적인 성격 때문일 수도 있다. 남녀별 자살 경향을 보면, 어느 나라에서나 여자의 자살률이 남자보다 휠씬 낮은 것으로 파악되는데 그 이유는 많겠지만, 역경에 순응하고 곤경을 참아내는 능력이 여성이 뛰어나다는 것과 남성에 비해 여성이 사회적 활동 범위가 좁아 자살의 동기가 적을 수도 있으며, 한국적 정서에서 볼 때 강한 모성(母性)도 그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자살의 심각성은 다양한 통계 수치에서 증명되고 있다. 200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이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늘었으며, 사망 원인 순위에서 자살의 순위가 10년 전 8위에서 2007년에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 다음으로 4위로 크게 상승하였고, 거의 모든 연령대에서 자살이 주요 사망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이제 막 사회에 편입되어 한창 일하는 나이대인 20대와 30대의 자살이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했고, 10대와 40대에서도 자살이 2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급증하는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여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지난해 10만명당 24.8명에 달했던 국내 자살 사망률을 2013년까지 20% 감소시켜 10만명당 20명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다.

자살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할 것이다. 오죽하면 자신의 생명을 자신이 거두겠는가? 자살하는 사람의 연령층, 남녀 성별, 생활 환경 등 다양하게 원인을 분석할 수 있겠지만 대체로 내성적이고, 공격적, 충동적이고 완벽주의적이라 융통성이 없거나 우울증에 잘 걸리는 성격이 일반적으로 자살률이 높다고 하며, 최근에는 경제적 상황, 질병, 가정 해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다.

산과 들에 피어있는 이름 모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존재의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을 터인데 하물며 사람으로 태어난 자신이 자신을 생명을 해 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며, 나의 현실 도피는 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빚과 상처, 눈물을 남기는 일임을 명심하자. 그리고 나와 함께 우리 주변에 관심을 갖자. 나와 관계가 있거나 없거나 내 자신과 관계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갖고 살아가면 좋겠다.

6월의 하늘을 한 번 올려다 보고, 산과 들의 푸르름을 쳐다 보고 현실 속의 자신을 돌이켜 보자 꼭 생을 접어야 할까? 자살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 자살이란 낱말을 거꾸로 한번 읽어 보자 어떻게 태어난 생인데 내가 거둘 것인가 한번 만이라도 뒤집어 큰 소리로 읽어 보자 "살자 !" 그 낱말에는 처절하게 살아야 할 또 다른 이유가 보이지 않는가?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