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과 처리인력도 없어 ‘골치’

 태풍 ‘링링’은 지나갔지만 추석 대목을 앞둔 충북 옥천·영동지역 과수농가의 생채기는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태풍이 휩쓸고 간 과수원에는 수확을 앞두고 있던 굵은 배와 사과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고, 일부 수확한 과일마저 상품성이 떨어져 과수농가들은 시름에 잠겨 있다.

 지난 9일 영동군 영동읍 매천리의 한 배 과수원은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강풍에 속수무책으로 부러진 나무와 땅바닥으로 떨어진 배들이 곳곳에 나뒹굴었다.

 예년 이맘때쯤이면 배 수확을 앞둔 농가들이 곳곳에서 선별 작업과 포장, 추가 배 수확 등 분주한 모습이어야 했지만 이날 과수원 농가와 선별장에서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없었다.

 1만6500여㎡(5000평)의 배 농사를 짓는 손모씨(65)는 “20일 후에 수확할 계획이었는데 태풍으로 40% 정도가 낙과 피해를 봤다”며 “세찬 바람을 견디고 나무에 매달린 배도 성한 것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떨어진 배는 대부분 상처가 나고 멍들어 상품 가치가 떨어져 폐기 처분해야 할 상황”이라며 “하지만 낙과를 주워서 처리할 인력이 없어 치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옥천군 청산면 덕곡리의 사과 과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모씨(37)는 “태풍 ‘링링’의 강풍으로 6611㎡(2000평)의 사과 대부분이 땅바닥에 떨어졌다”며 “14년 과수 농사지으면서 이런 피해는 처음이다”고 망연자실했다.

 그는 “사과나무에 달린 열매가 5%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게다가 가을장마 때문에 사과가 푸른색으로 그대로 있고 당도도 좋지 않을 것 같아 수확을 포기했다”고 고개를 떨궜다.

 이원면 미동리에서 복숭아 농사를 짓는 주모씨(64)도 태풍으로 복숭아 절반이 떨어지는 등 4132여㎡(1250평)에서 피해를 입었다.

 그는 “농사 25년 만에 이렇게 큰 낙과 피해는 처음이다”며 “추석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만생황도 출하를 준비하던 시기여서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막막하다”고 암담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매달린 복숭아도 과수의 가지가 부러지거나 과일이 가지에 스쳐 상처가 나 썩어들어가고 있다”며 “참담한 현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아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옥천·영동=이능희기자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