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세상을 보며] 안용주 선문대 교수

지난 7월 일본은 돌연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3개 품목을 대상으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마치 1941년12월7일, 새벽6시, 일본의 전투기들이 출격하여 진주만공습을 감행했던 것과 오버랩되는 사건이었다. 팔짱을 끼고 가다가 갑자기 주먹으로 얻어맞은 꼴이 된 한국은 적잖이 당황할 수 밖에 없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고,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 조치는 WTO의 규범과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정치적 보복”이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일본의 기습에 대한 우리 내부의 시각이었다. 보수를 자처하는 집단은 오히려 얻어 맞은 자국(自國)정부를 비난하며, 하루빨리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시키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시간을 끌수록 한국이 불리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번 일본의 기습(무역을 통한 한국 경제 붕괴를 노린 기습전쟁)은, 일본식민지시절에 일본에 강제징용으로 피해를 본 이춘식 씨(95)가 강제로 끌려가 혹사당하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며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1997년 12월 일본 오사카재판소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낸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일본의 사법기관은 강제징용에 대해 자격없음으로 기각결정했고, 2005년 이들은 국내 법원에 같은 소를 제기했다. 1.2심에서 패소했지만 2012년 5월 대법원은 처음으로 일본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했고, 2018년 10월에 확정판결을 통해 최근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집행 절차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본은 1965년6월22일 체결된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된 사항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고, 우리 대법원은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청구를 위한 협상이 아니라, 한·일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일본 국가권력 등이 개입한 반인도적 불법행위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한국 경제붕괴를 노린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규제 조치는 한국의 대법원이 결정한 강제징용피해자(일본명:징용공)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이처럼 이웃국가에 대한 일본의 기습공격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먼저 사과하라며 일본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이지 못하다고 정부를 타박하는 것은 명백한 토착왜구들의 매국적 시각이라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번 일본의 대 한국 수출규제는 명백한 WTO의 이념을 무시한 결정이며, 이는 국제적인 서플라이 체인을 붕괴시키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국제적인 비판을 함께 받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한일의 냉전상황은 오히려 작금의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는데 기여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박정희 정권의 무도한 결정으로 한일협정이 맺어진 1965년 이래 54년간 대일본 무역적자는 한 번도 개선된 적이 없다. 이명박 정부시절에는 가장 큰 361억달러의 대일무역적자를 기록했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한국의 대기업이 소재·부품을 대부분 일본에 의존함으로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첨산산업인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일본의 공급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것이, 극우세력과 손잡은 아베정부가 한국의 첨단산업 붕괴를 노린 기습공격에 사용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과 포토리지스트(감광액), 고순도불화수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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