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백목련] 육정숙 수필가

음력 팔월 보름! 일컬어 추석이라고 한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의 도로는 주차장인 듯 자동차들이 줄을 서있다. 어느 곳이든 같은 상황이다. 평소 한 시간이면 가던 곳을 몇 시간씩 걸려야 도착 할 수 있다. 꽉 막힌 도로를 뚫고 가야하는, 지루하고도 힘든 상황이지만 고향을 향해 달려가는 마음들이기에 즐거움과 설렘이 있다.

추석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저녁, 나아가서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이라는 뜻이니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지닌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추석’ 이란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용어라고 한다. 그러나 추석의 시원(始原)이나 유래에 대한 명확한 문헌자료는 없다고 한다. 중국에서 추석 무렵을 중추 또는 월석이라 하는데 추석날 밤에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하여 월석이라 하고, 중추절이라 하는 것은 가을을 초추, 중추, 종추로 나누었을 때 추석이 음력 8월 중추에 해당하므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문헌에는 12세기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추석에 관한 기록이 최초로 나타나지만 그 시원을 밝히는 내용은 아니라고 한다. 이를 통해 추석이 신라시대의 대표적인 명절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추석에 대한 자료를 찾다보니 추석에 행하는 의례인데 지역적으로 달랐다. 그러나 내면에 대한 의미는 같았다. 호남지역에서는 ‘올베심리’ 라고 올벼 천신을 말한다고 하는데 ‘올벼’ 는 일찍 ‘수확한 벼’를 말한다고 한다.

벼가 다 여문 무렵 혹은 채 여물기전에 여문부분을 골라 찧은 쌀로 밥을 지어 조상에게 바치고 온 집안 식구가 모여 그 음식을 나누어 먹고, 베어 온 벼 포기는 물론 잘 익은 수수, 조 같은 곡식의 이삭을 한 줌 베어다가 기둥이나 문설주에 묶어 두고 다음해 종자로 사용하거나 떡을 만들어 사당이나 터주에 올렸다고 한다.

충남에서는 반보기라고 반나절 동안 만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동안 농사에 바빴던 일가친척들이 서로 약속하여 양편의 중간 지점에서 만난다거나 특히 시집간 딸들이 이 반보기를 통해 친정 식구와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 지역에서는 추석 전후가 되면 반보기가 아니라 ‘온보기’로 새색시들이 친정을 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일 년 중 가장 풍성한 계절, 가을! 덥지도 춥지도 않은 선선한 바람이 마침한 계절, 달마저 유난히 밝다. 그 시대의 새색시들에게 추석이 얼마나 가슴을 설레게 했을지.

봄에 씨앗 뿌려 싹이 돋고 뜨거운 여름햇살과 비로 키워내고 열매 맺어 가을빛으로 알알이 꽉 찬 열매들처럼 만월인 보름달아래서 잘 여문 햇곡식으로 음식을 장만하고, 산다는 일에 매달려 자주 만나지 못했던, 일가친척들이 모여 조상님을 위하고, 장만한 음식들을 나누는 추석 명절이다. 이 모든 것들이 한번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달이 차고지는 일처럼, 해마다 봄이면 씨앗뿌리고 가을이면 알이 꽉 찬 열매를 거두는 일처럼, 차고 기울고 다시 차오르는 반복이다.  소멸과 생성의 순환이다. 우리의 생, 역시 소멸과 생성의 원리에 한 치의 어긋남이 없다. 요즘 세상이 복잡하고 너무 시끄럽다. 이치대로 순리대로 풀어 가야 한다. 추석명절 고향을 찾아오는 그 마음으로 모두가 이해하고 배려하고 화합하고 그래서 소통이 되는 모습들이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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