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교육의 눈] 박종순 전 복대초 교장·시인

엊그제 방학에 동생들과 우리국토 최동단 호미곶에 가보았다. 전국 등대답사에 관심을 기울이는 바로 밑 동생이 호미곶 등대를 추천한 것이다. 호미곶 등대는 1908년에 준공된 우리나라 최고 높이의 근대식 건물로 예술작품으로 도 손색이 없는데 이곳에 서있게 된 경위는 그리 아름답지는 않다. 청일전쟁 후 이어 러일전쟁을 준비하던 일본이 우리나라 연안의 해류, 어군의 이동상황, 수심 등을 조사하기 위하여 실습선을 투입, 호미 앞바다를 지나다가 암초에 닿아 전원이 익사하는 사건이 있었다. 일제는 이 사건의 책임을 한국정부에 전가하면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등 생트집을 잡아 청부 주어 세워진 것이다. 다행히 프랑스인이 설계하고 중국기술자가 시공하여 오늘날의 모습으로 의연히 서서 동해바다를 지켜내니 역사의 아이러니다.

바다에 잠겨있는 상생의 오른 손가락 끝에 갈매기 다섯 마리가 앉아 우리 네 자매를 환영하고 있다. 맑고 짙푸른 동해바다 물결을 접하니 그간 마음에 끼어든 아픈 편린이 파도사이로 숨어버린다. 포항 12경중 첫째인 호미곶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일박을 하기로 한다. 펜션에 들어서니 사방 벽면을 파란색으로 도배하여 바다 한가운데 들어선 느낌이다. 밖의 따가운 볕을 피하여 잠시 휴식하는데 독서광인 동생이 책 한권을 꺼낸다. 방학에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집에서 읽다 챙겨온 것인데 유대인 엄마들의 자녀교육에 또 한 번 놀랐다고 일독을 권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아이에게 책과 지혜에 대한 흥미를 안겨주려고 한두 살배기일 때부터 여러 가지 책을 준비해 아이 앞에 늘어놓는다고 한다. 거기에 기지를 더하여, 책 위에 달콤한 벌꿀을 한두 방울 떨어뜨려서 아이가 핥아 먹게 함으로써 ‘독서는 달콤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니 과연 고개가 끄덕여진다. 동생들이 갈매기 노래를 듣고자 바닷가로 나서는데 나는 남아서 ‘유대인 엄마의 힘’이라는 책을 주의깊게 스캔해보았다.

‘역경 지수를 높이는 좌절 교육’이라는 챕터에 마음이 꽂힌다. 그간 우리 교육은 IQ에서 벗어나 EQ에 관심을 기울이는데 진정한 교육은 AQ( Adversity Quotient)즉 역경지수를 높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경지수는 역경과 고난에 굴하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목표에 도달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능이나 감성지수가 높다 해도 역경을 이겨내지 못하면 제대로 삶을 헤쳐나갈 수 없음에 AQ는 중요하다.

이에 유대인 부모는 아이를 위해 없는 시련도 만들어내며, 아이의 의지력을 키우는 좌절 교육을 마다않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가 비싼 물건을 갖기 원하면 즉시 사주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통하여 스스로 번 돈으로 구입하도록 안내하니 어릴 때부터 근로의 소중함과 돈을 소중히 사용하는 습관이 깃들이는 것이다. 유대인은 ‘아이는 사랑만으로는 잘 키울 수 없다’는 신념하에 일부러 역경과 시련을 만들어 자녀의 의지와 지혜를 단련시키고 있다.

지금 출산율은 급감하고 산업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대부분 점령, 우리 젊은이들은 어려움을 피해 부유하고 있다. 삶이란 고운 듯 하면서도 고통과 아픔, 넘기 힘든 고개를 넘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당신이 자녀의 앞날을 내다보는 진정한 부모라면, 사랑할 줄만 알고 가르칠 줄 모르는 걸 걱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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