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의 생각너머] 김종원 전 언론인

버려야 채워진다. 비워야 채울 공간이 생긴다. 버리지 못하면, 계속 쌓여가고 결국엔 썩어가게 된다. 버려야 그만큼 채워지고 새로워진다. 최근 모임 자리에서 교육현장 행정사항이 계속 늘어나기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0여년 동안 교사를 해온 지인은 “첫 시작할 때 했던 행정사무가 아직도 남아 있고, 새로운 행정사무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일 아닌가 싶다. 교육에도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 늘어나니 말이다.”

그런데 30여년전 교육행정사무가 지금도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교육 본질은 어떻게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냐에 있다. 각종 통계나 교육행정을 강화한다고 해서 그런 본질이 크게 상승을 할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너무 오래돼서 불필요한 행정사무는 말할 것도 없다.

집을 이사할 때 핵심은 버리기에 있다. 이사를 해보면 묵은 짐에 놀라곤 한다.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 언제 사용했는지 기억도 안나는 물건들이 곳곳에 처박혀 있다. 이런 물건들은 새로 이사가는 곳에 챙겨가지고 가도 여전히 사용하지 않는다. 과감히 버려야 한다.

컴퓨터 기능중 ‘휴지통’은 중요하다. 컴퓨터에 버리기 기능을 하는 ‘휴지통’이 없다면 정보저장 기능도 쓸모없게 된다. 필요한 정보와 필요없는 정보가 모두 저장되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기능이 없다고 생각하면, 컴퓨터는 무한대 정보저장을 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쓸모없는 정보와 쓸모 있는 정보가 뒤섞인 무한대 정보는 오히려 불편한 상황을 만든다. 정보를 찾는데 방해만 될 수도 있다.

호딩족이란 용어가 있다. 버리지 못하고 쓸모없는 물건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저장강박증이라고도 한다. 물건에 집착해 수집하고 저장하며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집안 가득 쌓아두는 증상인데, 영상을 통해서 이런 집을 보면 끔찍하다.

물건만 버려야 하는 건 아니다. 생각도 많이 차면 버려야 한다. 생각 사상 이념 모두 버려야 할 대상이다. 케케묵은 생각들이 계속 쌓여가는 한 새로운 생각들이 자리 잡을 틈은 없다. 개인이건 공동체건 마찬가지다.

아집에 사로잡히거나 과거 관행에 발목 잡혀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미래로 향하기가 어렵다. 생각이건 사상이건 이념이건 처음은 항상 있다. 마찬가지로 그 끝도 항상 있다. 모든 것은 시작과 마무리가 있고, 그 뒤에 또 새로 생각들이 이어진다. 자연의 법칙이며, 사람 사는 이치다. 계절이 바뀌듯이, 사람 사는 세상도 바뀌게 된다. 세상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제자리를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수레바퀴가 이동하듯이 앞으로 전진한다.

과거는 고칠 수 없는 대상이지만, 미래는 과거를 생각하면서 만들어 갈 수 있는 대상이다. 조상들의 역사를 바라보면서 앞으로 한발 전진하는게 중요한거다. 미래는 우리가 보고 왔던 과거와는 다르다.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다. 궁금한 것이 아니고 그 것이 우리의 생활이기 때문에 절실하다.

우리는 버릴 것을 제대로 버리지 못하고 가면 호딩족이 되고 말지도 모른다. 새롭게 나가려면, 새로운 채움을 하려면, 버리는 것이 우선이다. 첫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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