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자영업 대출이 업황 부진 속에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 경기침체 시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개인사업자)와 가계의 대출 잔액은 석 달 전보다 28조원 늘어난 1893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들이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은 1분기 말보다 12조6000억원 불어난 425조9000억원이다.

 가계대출은 15조4000억원 증가한 1467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자영업자들이 받은 주택담보대출 등 개인사업자대출 차주가 보유한 가계대출 228조4000억원이 포함돼 있다.

 1900조에 달하는 빚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보다는 자영업자들이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자영업 대출은 숙박·음식점, 도·소매처럼 업황이 나쁘면서 영세업자들이 밀집한 부분을 중심으로 늘고 있어 문제다. 한국은행의 산업별 대출금 자료를 보면 2분기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대출은 1년 전보다 12% 증가하며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앞으로 경기가 악화할 경우 이들 업종의 대출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물가 상승률을 고려한 실질 대출금리가 상승해 차주의 이자 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7월 은행의 전체 대출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한 달 전보다 0.09%p 내린 3.40%다. 다만 대출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 대출금리는 2.80%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이전인 6월보다 0.01%p 올랐다.

 9∼11월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실질 대출금리는 더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 가계의 빚 부담이 늘어나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

 시중은행들은 예대율(예수금 대비 대출금 비율) 관리를 위해 기업 대출, 그중에서도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추세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예대율을 산정할 때 가계대출 가중치는 15%p 높이고, 기업 대출 가중치는 15%p 내리기로 했다.

 대기업은 더욱 투자를 꺼리고, 그나마 수요가 있었던 중소기업 중에선 경영난을 겪는 기업 위주로 대출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은행들은 리스크 관리에도 신경을 쓰기 때문에 돈이 필요한 기업이 정작 돈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에 부딪칠 수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심화하면서 그동안 다른 산업군에 비해 '호황'을 누렸던 금융권에서도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서 소비와 투자심리까지 악화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고까지 나오면서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반적인 물가 하락세로 가계와 기업이 소비와 투자를 미루면서 일자리가 줄고, 그 결과 소득 감소와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은행권의 관리방안에 대한 로드맵을 재차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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