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마미술관, 김재남 기획초대전
'색 면 시리즈' 등 3개 섹션 나눠

▲ 김재남 作 '닿을 수 없는 지점, 보이지 않는 시점'.

[충청일보 신홍균 기자] 충북 청주 쉐마미술관이 기획초대전으로 김재남 작가의 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김재남 개인전은 크게 세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컴퓨터의 이미지 처리 프로세스를 통해 미술사의 전통적 시각들에 대한 반문과 함께 이를 재해석한 회화·영상·설치의 '색 면 시리즈', 카페트 위에 수집된 오브제와 사진·영상 설치의 '싸늘하게 혹은 사랑스럽게', 회화 연작인 '사라진 풍경(lost Landscape)' 등으로 그동안 집약된 작업들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 개인전에선 '사물'과 '장소'의 은밀한 역사와 함께해 온 작가의 '철학적 사유'들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신작인 '색 면 시리즈'는 색과 면으로 실재하는 대상을 재현함과 동시에 재현을 넘어 영상, 회화, 설치로 작가의 새로운 생각들에서 기인한 매체 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의 주제 '닿을 수 없는 지점, 보이지 않는 시점'은 이 명제의 언어적·철학적 물음에서 시작한다.

아주 오랜 시간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던 프레임, 곧 사각형 틀의 개념들을 또 다른 시각으로 작가는 바라본다.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돼 파편화한 시공간의 이미지들을 컴퓨터의 이미지 처리 프로세스를 통해 다시 점, 선, 면으로 이뤄진 그리드 안의 색채를 추출해 재현한다.

그것들은 모두 사각형 프레임이고 줄곧 이어왔던 목탄의 검은색 면과 다를 바 없으며 또 오랜 시간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는,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 같던 바다와 맞닿아 있기도 하다.
바로 '닿을 수 없는 지점, 보이지 않는 시점'이다. 
그동안 검은색 면으로 표현했던 바다 이미지들을 다양한 색채로 구성된 추상으로서의 색·면이 아니라 실재하는 대상의 재현으로 바라봤으며 컴퓨터로 추출한 색들을 입체와 함께 회화적 요소로 재구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선 프랑스 노르망디 에트르타를 배경으로 한 쿠르베와 모네 등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미술사의 전통적 시각들에 반문을 던지며 이를 재해석한다.

'사라진 풍경' 회화 연작은 문화적·사회적 기억들을 내포하고 있는 특정 장소의 바다 이미지들을 채집하고 '낯설게 하기'를 통해 불완전한 상태로 보여준다.

해석체(interpretant)로서의 기억들을 환기시키기 위해 검은색 목탄을 캔버스에 수없이 칠하고 문지르기를 반복함으로써 신체가 개입된 흑과 백의 단순한 색·면으로 치환시킨다.

이런 이질적인 화면의 중첩과 배열은 사라짐과 그것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상상적 공간과 제3의 '시적 언어'를 이끌어 낸다.

'싸늘하게 혹은 사랑스럽게'는 수집된 오브제, 사진과 영상 설치 작업으로 일상의 사물이나 상황에서 오는 언어적 해석과 시적 언어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유희적 상황에 주목한 작품이다.

의미, 수용 등 언어와 이미지의 전통적인 관념들을 거부한다.

전시는 다음 달 4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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