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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국이 두렵다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로컬콘텐츠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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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9.17  16: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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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창] 변광섭 청주대 겸임교수·로컬콘텐츠 큐레이터

나는 대학교 1학년 마치고 휴학했다. 군 입대 4일 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눈물을 흘릴 틈도 없이 훈련소의 고된 군 생활이 시작되었다. 제대 후 복학한 뒤 신문배달을 했고 엿도 팔았으며 수박장사도 했다. 공장에서 막노동도 했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새새틈틈 책과 연필을 놓지 않았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나를 더욱 강인하게 했다.

그러면서 대학생활 내내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세상엔 나보다 더 아프고 힘든 사람이 많다는 생각 때문이고, 이들에게 작은 희망의 노둣돌이 되고 싶었다. 문학을 전공했으니 당연히 국어과목을 가르쳤다. 선생이 꿈이었다. 선생이 천직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나 같은 놈을 원치 않을 수 있다는 도발적인 생각을 했다. 그래서 교직에 대한 꿈을 접었다.

나는 대학교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취직했다. 그 누구도 도와준 사람이 없었지만 그 당시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 가장 먼저 취직했다. 결혼할 때도 돈 한 푼 없이 예식장에 들어갔다. 은행 빚으로 도시 외곽의 17평짜리 임대아파트를 얻어 신혼생활 했다. 행복도 잠시, IMF와 함께 직장을 떠나야 했다. 내가 살고 있던 임대아파트 시공사가 부도나면서 시련이 들이닥쳤다.

이 와중에 월급쟁이가 딸을 셋이나 낳고 키웠으니 얼마나 고단했을까. 게다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챙겨야 했다. 오랫동안 문화예술 분야의 공적인 일을 했다. 문화기획과 축제와 콘텐츠 개발 등의 일에 매진했다. 딸들과 아내는 내가 일하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어 했고, 아카데미에 참여하고 싶어 했으며, 해외교류 행사에 함께하고 싶어 했지만 철저하게 차단했다. 오해를 받을까 두려워 근처에도 못 오게 했다.

자식처럼 키운 조카가 6년째 취직준비만 할 때도, 큰 딸이 이력서를 들고 여기저기 다닐 때도 나는 아무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렇지만 스스로 시험에 합격했고, 취직에 성공했다. 스스로의 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되었다. 내가 스스로 일어섰듯이 아이들도 반칙하지 않고 아픔을 딛고 일어섰다. 힘들 때마다, 유혹이 있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다. 학연, 혈연, 지연으로부터 자유롭고 피와 땀과 눈물로 빚은 밥을 먹고자 했다.

그러면서 꿈을 담금질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내 키 높이의 책을 펴내겠다는 다짐으로 매년 한 권 이상의 책을 펴내고 있다. 마을이 콘텐츠라는 신념으로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발굴하는데 힘쓰고 있다. 희망학교라는 이름의 재능기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열정 없는 삶을 거부했다. 스스로에게 냉정했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험하다. 매 순간이 불안하고 아슬아슬하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때로는 내가 흘린 땀의 대가가 초라해 되우 속상했다. 일에 매진하고 정의와 싸우다가 온 몸에 상처 투성이가 되기도 했다.

탄핵정국일 때는 상당공원 앞 차가운 도로에 앉아 촛불을 들었다. 대통령 취임식 때 정의롭고 공정하며 투명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메시지에 가슴이 뭉클했다. 이제야 반듯한 대한민국이 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눈물이 난다. 조국이 무섭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세상이라도 이것은 아니다. 백성이 정치를 걱정하는 나라, 이념과 정치와 이해관계로 얼룩진 나라, 거짓과 위선과 편 가르기가 난무하는 이 세상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희망의 조국이 아니라 절망의 조국일까 두렵다. 어디로 가야할지 길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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