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 > 충청논단
이 또한 지나가리라
충청일보  |  webmaster@ccdailynews.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9.09.19  13:57:39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충청논단] 황종환 칭화대학 SCE 한국캠퍼스 교수·한국자산관리방송 논설실장

추석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온몸에 느껴진다. 이제 가을의 시작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천은 화려하게 채색된 가을 옷으로 치장하고 가까이 다가올 것 같다. 예로부터 추석은 설날과 함께 가장 큰 명절이다. 추석을 글자대로 풀이하면 가을 저녁이다. 하늘은 높고 날씨는 청명하여 보름달빛이 가장 아름다운 저녁이다. 추석날 저녁 온 가족이 평상에 둘러앉아 둥근달을 바라보며 송편과 햇과일을 들며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는 그림을 상상할 때면 마음이 포근해진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복잡한 사회적 영향으로 예전처럼 명절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최근 국제 분쟁 및 국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복잡한 상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삶의 고통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얼마 전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에서 나타난 후보자의 도덕성과 신뢰성 결여가 일반 국민과 학생들에게 크나큰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부 정치인이나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은 자기 확신에 빠져 아직까지 자신들의 부족함조차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상대방의 의견보다 자신의 의견이 옳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 채 자기주장을 내세우는데 급급한 나머지 너무 많은 말을 하여 실수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분명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데도 다수 국민의 의견이나 여론을 무시한 채 경쟁적으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필자는 가족과 대화하는 중에 가끔 지적을 받는다.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중간에 예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성경에는 ‘남의 말은 빨리 듣고, 내 말은 더디게 하라’는 가르침이 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는 충분히 생각하고 천천히 말하라는 뜻이다.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잘 경청할 때 가능한 일이다. 지혜로운 대화의 비결은 잘 보고 잘 듣는 것이다. 어렸을 적 아버지께서 아들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거나 무언가 서두르는 기색을 보이면 물 한잔 떠주시며 잠시 숨 고르고 다시 시작하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뒤돌아보면 참으로 현명하고 지혜로운 말씀이다. 어쩌면 고난이나 행복은 물 한잔 마실 여유에 달려 있다. 그 만큼 순간의 차이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지난 추석연휴에 TV에서 어머니와 8남매가 좌충우돌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을 다룬 프로그램을 시청하였다. 각고의 노력으로 가난을 극복하고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 성공을 거둔 중년의 남매들이 또 다른 자식문제로 고민을 하시는 어머니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흐뭇한 장면을 보여준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가난으로 힘들었던 지난날을 추억하며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서 요즘 시대에 보기 쉽지 않은 진한 가족애를 느꼈다. 어떤 고난도 함께 견뎌낼 가족이 있다는 것은 진정 또 다른 축복이다.

인생은 행복과 불행이 씨줄과 날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불행의 날줄을 잡았다면 다음은 행복의 씨줄을 잡을 차례가 된다. 인생길에는 가파른 오르막도 있고 천 길 낭떠러지도 있다. 아래로 떨어지는 공은 바닥까지 떨어져야 비로소 다시 튀어오를 수 있다. 떨어진다는 것은 바닥이 가까워졌다는 것이고 곧 반등의 기회가 된다. 현실적인 어려운 문제로 앞날이 칠흑처럼 암울할지라도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지켜볼 일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막장에서도 한 줄기 빛이 보이는 법이다. 당장 앞에 부딪치는 고난에 낙담하거나 어깨를 움츠릴 이유가 없다. 힘든 일이 지나면 반드시 기쁜 일이 다가온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말은 자주 인용하는 구절이다. 다윗 왕이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환호할 때 교만하지 않고, 절망에 빠졌을 때 좌절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의미를 반지에 새겼다고 한다. 현재의 고통이나 기쁨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뜻이다. 인생길은 바다에서 파도를 넘나드는 돛단배가 항해하는 것과 같다. 매서운 파도가 잠잠해지면 또 다른 파도가 휘몰아친다. 고난이 위력을 발휘할 때는 스스로 무릎을 꿇었을 때뿐이다. 인생에서 보면 지독한 고난일지라도 한 순간에 불과하다. 영원한 고난은 없다. 고난은 조금 불편할 뿐 삶 자체를 파괴하지 못한다. 길이 끝난 곳에 길이 있다. 그래서 길은 잃어도 사람은 잃지 말아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사람이다.

 

충청일보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비주얼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