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용 언론인 (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신수용의 쓴소리칼럼] 신수용 언론인 (대전일보 전 대표이사·발행인)

엊그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정치권을 향한 일침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 회장은 정부는 물론이며 정치권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얘기다. 경제상황을 착각하고 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정치권역시 내년 4월 총선, 이 대선에 몰두해 정쟁만 벌인다고 꾸짖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것도 그 대상이다. 왜냐면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들고 지자체는 온갖 국고 보조금으로 흥청망청인 곳도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애초 3%를 약속했던 경제성장률은 목표치가 매달 바뀌어 1% 설도 나온다. 언론들은 일본형 장기 불황의 입구에 서 있다는 걱정의 글도 쏟아낸다. 미국·중국의 무역전쟁과 일본의 압박이 커져가는 글로벌 경제 여건 속에 우리경제의 방향이 바르게 가는가.

정말 그렇다면 잘못된 보고이거나 착시(錯視)다. 전통수출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중에 무엇하나 순탄한게 없다. 조선업이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을 뿐이지, 점차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내수는 물론 부동산 경기도 하향곡선을 그린지 오래다. 수도권 투기붐을 잡는다며 던진 9·13조치 등이 세종·대전 등 지방부동산 경기도 얼어붙었다. 당연히 지자체의 지방세수입이 떨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 정책과 노선의 대대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정책과 사뭇 다른 과거 정부의 탓만으로 돌릴 때도 아니다. 이 모든 책임은 문재인 정부에 있기에 말이다.

집권 여당의 책임도 자유롭지 못하다. 현 정권을 탄생시킨 더불어민주당의 분위기는 온갖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계획에 맞춰진 인상이다. 정권의 책임, 정책의 책임진 정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책무를 방기하는 느낌이다. 자신들의 책임이 얼마나 큰 지를 잘 알텐데 말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조국 법무부장관등이 참석한 당정회의에서 "정권을 뺏기면 절대 안 되겠구나라고 새삼 각오를 한다"며 "내년 총선서 좋은 성과를 내고, 그 힘을 바탕으로 해서 문재인 정부를 성공시키고 재집권해서 우리가 갖고 있는 정책이 완전히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톤을 높였다.

정치행위를 하는 정당 대표로서 그럴 수 있다. 또 정권을 쥔 입장에서 그런 기대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우리 경제의 상황이 어떤 지 한번만이라도 ‘나의 일’로 받아들였다면 재집권이라는 말을 섣부르게 할 얘기가 아니었다.

매달 세비와 온갖 수당을 꼬박꼬박 수천만원씩 받아가는 ‘의원 나리님’의 생각이야 먹고살고 힘들다는 얘기는 드라마 대사처럼 들릴지 모른다. 법인카드를 마구 긁어도 끄떡없는 그들에게 서민들의 힘든 삶은 표를 얻기 위한 대상일 뿐이다.

어느 언론이 지적했듯이 우리가 땀 흘린 만큼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경제가 돌아가고 있는가, 나라가 잘못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안보가 든든한가. 그렇다면 집권당 대표가 얘기하지 않아도 저절로 정권 재창출은 이뤄진다.

또 야당도 문제다. 비난과 어둠의 질곡에 빠졌던 황교안 대표의 지금 자유한국당도 매 마찬가지다.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의 온갖 의혹이 하루에도 여러 건씩 터져나오자 물 만난 고기 마냥 당력을 대여 투쟁에 쏟고 있다. 신사적인 타협과 양보, 갈등중재와 화해를 외쳐야 할 국회의사당을 팽개치고 대체 뭘하는가. 조국장관에게 법대로하라면서 그들은 왜 패스트트랙과 관련한 수사에는 법대로 하지 않느냔 말이다.

그러더니 황교안 대표도 삭발을 했다. 이주영, 박인숙, 강효상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까지 그 대열이 이어지고 있다. 처음엔 머리를 자를 만큼 단단한 결의로 불법과 특혜, 반칙에 맞서는 것으로 알았지만 그게 아닌 듯 보인다.

삭발을 희화화하는 가벼움에 빠져있다. 원외에서 연일 당 지도부를 공격하는 홍준표 전 대표에겐 이보다 더 좋은 공격거리가 없다. 그는 예상처럼 황교안-나경원체제의 당지도부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홍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 북에 황 대표의 삭발과 관련, 당이 새털처럼 가볍게 처신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당 대표가 비장한 결의를 하고 삭발까지 했는데 이를 희화화하고 게리 올드만, 율 브리너 운운하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더나가 "그러니 문재인 대통령도 싫지만 한국당은 더 싫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했다. 오랜만에 옳은 소리를 했다. 이어 "진중하라. 이를 조롱하는 국민들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 당 대표의 결의가 1회성 퍼포먼스가 안 되려면...“이라고 했다.

문제는 민생현안인 정기국회를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6.25 전란 중에도 부산에서 정기국회를 열어 여야가 국정에 머리를 맞댔다. 한데, 국정의 잘잘못을 따지고, 국정감사를 통해 피감기관의 업무를 살펴야할 야당이 당리당략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올 예산의 쓰임새를 결산하고 500조가 넘는 내년 수퍼예산을 심사해야 할 한국당이 국민을 대신할 임무를 팽개친 모습이다.

박용만 상의회장이 정부, 여야 정치권, 그리고 문대통령의 발언까지 싸잡아 비판한 것은 그래서 맞다. 그의 말은 한쪽을 편들자는 당파성이 아니다. 나라 걱정에서 나온 충정 어린 쓴소리다.

우리의 경제상황이 심각하다.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한데다, 유가 상승요인이 더해져 글로벌 복합 불황에 빠져있다. 미국 중앙은행도 기준금리 인하에다 유럽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더 가속화하며 돈 풀기에 나섰다.

각 나라가 수출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한 혈안이 된 판에 우리는 안방에서 싸움질이다. 우리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에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덮치더니 주 52시간 근무제 보완을 위한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극복해야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박 회장은 "경제 이슈에 있어서만큼은 10년 후 미래를 보고 해야 할 일들을 찾고 이행해 나가야한다"는 대목은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이 머뭇대서는 안 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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