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도교육청 재의 요구
WTO 협정 위배 우려 등 고려

[충청일보 배명식기자]  충북도의회가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와 도교육청의 '일본 전범기업 제품 공공구매 제한에 관한 조례안' 재의 요구와 함께 현재 전국 시·도의장들의 관련 조례 중단 결의,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배 우려 등을 고려할 때 보류 결정에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충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는 조례규칙심의위원회를, 도교육청은 법제심의위원회를 연 뒤 23일 재의 요구서를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도의회가 조례를 다시 심사·의결해 달라는 것이다.

요구서에는 조례안을 공포하지 않은 이유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WTO 협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공공구매 제한을 조례로 명문화하면 자유무역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점이다.

조례가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지방계약법)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전범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고 광범위하다는 이유로 꼽힌다. 이 때문에 공공구매를 제한해야 할 제품 품목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23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례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 기관에서 재의 요구가 오면 도의회는 다음 회기에 조례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재의결하거나 폐기 또는 보류할 수 있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조례로 확정된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조례안은 폐기된다.

이 같은 사실을 접한 도의회는 고심 중이다.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장들이 지난 17일 일본 전범기업 제품의 구매를 제한하는 조례안 입법 절차를 중단하자고 결의했기 때문이다.

이를 무시한 채 재의결하기 부담스럽고 반대로 폐기를 할 경우 전국 광역의회 최초로 제정한 조례를 스스로 없앴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하되 의결하지 않고 보류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보면 도의회는 재의 요구서가 접수된 날부터 폐회나 휴회를 제외한 회기 10일 이내 재의에 부쳐야 한다.

하지만 회기는 임시회나 정례회의 본회의를 의미하므로 시간을 끌면 재의 처리는 6개월 정도 미룰 수 있다. 회기 일정상 이 기한이 끝나는 시점은 내년 3월이다.

이러면 조례안을 재의결하거나 폐기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이내 재의 처리하지 않은 조례안은 11대 도의회 임기가 끝나면 자동으로 폐기된다.

도의회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경제 대응 차원에서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정부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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