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희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장

 

[기고] 조일희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장

지난주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8~9급 직원들과 직무 연찬회를 가졌다. 거기에서 '공무원이 왜 승진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명제가 주어졌다. 보다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 월급이 오르니까? 또 어떤 이는 하는 일이 편해진다 등등 토론의 장이 열렸다. 나는 "승진한다는 것은, 즉 과장, 국장, 시장이 되면 크고 작은 정책 결정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좋은 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많아진다. 즉 시민을 위해 더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다"라고 말해 놓고 속으로는 '이 얼마나 구시대 공무원다운 결론인가'라며 자책한 적이 있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닐지라도 요즘 시정 운영을 조금이라도 관심 있게 지켜봤다면 감히 이러한 결론을 쉽게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최근의 시정은 매우 복잡하고 다난해 어떠한 결정이라도 관리자 혼자서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몇 년 전만 해도 공무원들은 결정이 되면 속도감 있게 밀어붙이는 성과 중심의 일에 익숙해 빠르고 일사불란한 것을 미덕으로 삼고 일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요즘은 어떠한 결정이든 시민과 함께 하지 않으면 바로 이해 당사자로부터 극심한 민원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물론 되돌릴 수 없는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한다.

필자는 일주일에 한두 번 본청 회의에 참석을 한다. 시청 문을 들어설 때면 1인 시위부터 확성기를 틀어놓고 자기의 주장에 목청 돋우는 다수의 민원 등 어수선한 정문 주변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늘도 옆자리의 동료 과장의 얼굴이 초췌하다. 어젯밤 자정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시민단체, 전문가, 의원님들과 열린 도서관 운영에 대한 열띤 토론회를 가졌단다. 또 최근에는 행정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민단체 등 모든 이해당사자와 공무원이 함께 결성된 거버넌스 회의를 새벽녘까지 할 때도 있었으며, 회의 종료 시간이 자정을 넘나드는 것은 다반사라고 한다. 예전 같으면 언감생심 그런 마음조차 먹을 수 있었을까. 그만큼 시대는 변했고 공무원도 변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일이다. 또한 그렇게 가는 길이 진정 시민을 위한 정직한 틀을 만드는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도시의 모습을 바꾸는 일과 시민이 이용할 시설을 결정하는 중대한 일일수록 공론화의 장을 열어 시민이 함께 공감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물론 하나라도 더 절차를 생략하고 싶은 공무원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일 것이나 시대가 변하고 또 변했음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청주시는 '현재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공무원도 변해야 함'을 누차 강조하시는 시장님과 함께 시민 중심 시정 운영으로 변신 중이다. 토론이 깊어질수록 대내외적으로 복잡하고 어려움이 봉착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는 더 멀리 더 높이 날고자 하는 갈매기의 꿈과 같은 것이 아닐까.

최근 변화 속도는 체감하기도 전에 또 다른 변화가 기다리고 있어 이에 대한 빠른 적응이 필요하다.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청주시의 밝은 미래에 대한 설렘이 공직생활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필자의 마음조차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념을 갖게 한다. 토론으로 환한 시청사를 보며 청주시정의 변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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