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문재인 정부 들어 투기지역 지정과 중과세에 이어 대출규제카드까지 고강도 정책을 내 놓았지만 부동산 불패신화는 지속되는 모양새다.

 최근 경실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년 동안 전국에 주택이 500만채 가까이 늘었지만 절반 이상은 무주택자가 아니라 기존 주택보유자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자료는 국세청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등의 자료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전체 주택 수가 2008년 1510만채에서 2018년 1999만채로 489만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주택보유자는 1058만명에서 1299만명으로 241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주택이 489만채 공급됐는데 주택 소유자가 241만명만 늘어났다는 것은 공급된 주택 가운데 절반 이상인 248만채를 기존 보유자가 사들였다는 의미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주택을 이미 가지고 있는 보유자가 새로 매입한 주택 248만채 가운데 83.8%가 보유 주택 수 상위 10%에 드는 다주택자들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상위 10% 다주택보유자 수는 2008년 106만 명(평균 2.3채 보유)에서 2018년 130만명(3.5채 보유)으로 24만명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 수는 243만채에서 451만 채로 208만 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위 1% 다주택보유자는 10만6000명에서 13만 명으로 2만4000명 늘어났다. 이들이 보유한 주택 수는 37만 채에서 91만 채로 54만 채 증가했다. 이들은 10년 전 1인당 평균 3.5채를 보유했는데 최근에는 이 숫자가 2배로 늘어나 1인당 평균 7채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이미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추가로 사재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아파트와 단독주택의 공시가격이 시세의 55%를 반영한다고 볼 때 전국 주택 가격 총액을 6022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이는 10년 전보다 3091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이 금액을 주택 보유자 수 1299만명로 나누면 1명이 가진 주택 자산 가격은 평균 2억8000만원에서 10년 만에 4억6000만원으로 올랐다.

 1인당 평균 2억원 정도 자산이 증가한 셈이다. 특히 상위 1% 다주택보유자의 주택 자산 평가액은 평균 11억원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배경에는 아무리 규제를 해도 부동산은 오른다는 심리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동산 정책이 바뀌는 것을 학습한 수요자들의 심리는 기회와 불신이 교차할 수 밖에 없다. 가진 사람들은 부를 늘려서 좋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겐 상실감이 더할 뿐이다.

 일각에서는 공공형 장기임대주택을 늘리고 신혼부부와 다자녀 가정 등에게 파격적인 조건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서 벗어난 부동산정책이 실패를 거듭하지 않으려면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과 진단,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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