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 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제17호 태풍 타파(TAPAH)가 작달비를 몰고 왔다. 2주 전 주말(9월 7일) 서해를 거쳐 북한을 통과한 제13호 태풍 링링(LINGLING)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찾아온 불청객이다. 태풍 전에도 가을장마로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지고, 과일들이 떨어져 농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는데 또 태풍이 닥쳤으니…….

링링은 홍콩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소녀의 애칭이고, 타파는 말레이시아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메기과의 민물고기 이름이라고 한다. 예쁜 이름처럼 조용히 지나갔으면 하였지만, 폭우를 동반하여 소중한 인명피해 등 큰 피해를 주어 안타깝다.

제17호 태풍 타파는 9월 22일 오후 3시쯤, 제주 동쪽 해상을 지나서 밤 10시경엔 부산 앞바다를 통과하여, 독도 해상으로 빠져나간 23일, 신라 태종무열왕릉 향대제(享大祭)를 봉행하느라 경주에 가니 릉(陵) 주변의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쓰러져있어 태풍이 실감이 났다.

우리 고장에는 비교적 경미하여 다행이었지만, 2주 전의 태풍 링링이 더 위력적이었다. 중심이 목포 인근 해상에 있을 때도 내륙까지 강풍이 불었고, 충남 앞바다를 지날 때는 절정을 이루어 두려울 정도였다. 나뭇가지가 부러지고 뿌리째 뽑힐 것 같았고, 마당의 감나무는 잎이 우수수 떨어지고 찢겨나갈 것 같고 익어가는 감이 모두 낙과(落果)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태풍이 지나간 후 여기저기 붙어있어 대견스럽다. 이처럼 과일 한 개, 곡식 한 톨도 태풍 같은 갖가지 시련을 이겨내며 익어가듯이 우리도 고난을 의연하게 극복하여야 한다는 교훈도 준다.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란 말처럼 태풍이 불 때 강직한 거목은 뽑히지만 휘어지는 갈대는 꺾이지 않는다. 실제로 강풍이 불 때 그냥 서서 버티는 것이 아니고 함께 흔들리며 가지와 과일을 보호하는 것을 보면 자연의 섭리가 경이롭다. 사람도 너무 까다롭고 잘못된 편견과 아집을 부리면 자칫 사회의 독버섯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태풍이란 무엇인가? 막연하게 알고 있었지만 상세히 알고 싶어 ‘기상청 날씨누리’ 홈페이지를 보니 궁금증이 풀렸다.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에너지는 지구의 날씨를 변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구는 구형으로 되어 있어 저위도와 고위도 사이에는 열에너지 불균형이 나타난다. 태양의 고도각이 높아 많은 에너지를 축적한 적도 부근의 바다에서는 대류구름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때때로 이러한 대류구름들이 모여 거대한 저기압 시스템으로 발달하게 되는데, 이를 태풍이라고 부른다.

태풍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북서태평양에서는 태풍(Typhoon), 북중미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과 남반구에서는 사이클론(Cyclone)이라는 것도 알았다. ‘추상(秋霜)같다.’란 말처럼 자연현상에서 늦가을에 내리는 된내기가 제일 무서운 줄 알았는데 태풍 또한 못지않다. 그 어떤 문명도 태풍 같은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한없이 약해진다. 최근 들어 자연의 변덕 앞에 인간은 점점 더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왜 태풍은 갈수록 강해질까?’ 그 이유로 지구온난화 때문이기도 하다니 어쩌면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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