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용 보은경찰서 경무계

[기고] 이현용 보은경찰서 경무계

확실히 믿으려면 그전에 앞서 의심부터 해봐야 한다. 이 말을 처음 들어본 사람이라면 아마 당황스러움과 함께 머릿속에 아이러니함이 솟구칠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그 의미를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다. 의심이 있기까지 신뢰를 저버렸던 정말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것이고 그로인해 우리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써 합리적 의심을 사용해야만 하는 숙명에 놓여있는 것이다. 실제로 믿음 뒤에 비수를 꽂은 각종 사기 범죄가 증가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8년 전체 범죄는 약 158만건으로 ’17년 대비 약 5%(166만건)가 감소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강력·절도·교통 범죄의 경우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이에 반해 사기범죄는 약 27 만건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6.6%가 증가했다. 이와 관련, 충북에서도 작년 사기 범죄가 7,773건으로 ‘17년에 비해 17.6%나 상승하며 많은 이들이 슬픈 탄식과 함께 비탄의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사기범죄는 서민 경제를 악화시키고 사회 구성원 간 신뢰를 파괴하여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며 마침내 삶의 의지까지 앗아가곤 한다. 이처럼 서민을 不安·不信·不幸하게 만드는 『서민 3不』 사기범죄의 근절을 위해 경찰이 팔을 걷고 나섰다.

경찰은 금년 9월에서 11월까지(3개월) 서민 경제보호와 사회신뢰 회복을 추진 목표로 설정하고 3不 사기범죄의 집중단속과 예방 활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범 수사부서를 활용한 총력 대응을 위해 경찰청에는 수사국장을, 충북지방경찰청에는 2부장으로 하는 TF팀을 각각 운영한다. 이를 통해 단속·홍보·예방 우수사례를 전국적으로 공유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응전략이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이러한 경찰의 시책과 더불어 병행되어야 할 것이 바로 국민적 관심과 노력이다.

보이스 피싱·메신저 피싱으로 대표되는 피싱 사기와 온라인 거래를 통한 인터넷 사기·어려운 취업 현실과 전세난을 이용한 생활 사기 등 다양한 범죄가 판을 치고 있다. 여기에 저신용자, 청소년 등 경제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불법사금융(유사수신·대부업 등)과 보험 사기까지 광범위한 금융 사기 범죄에 노출되어 있는 만큼 합리적 의심과 철저한 사전 확인을 통해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것만큼 가슴 아프고 슬픈 일은 없다. 나는 진심으로 대했으나 상대방은 이런 순수하고 선한 마음을 철저하게 이용하여 결국 내게 남은 것은 상처와 공허함, 그리고 경제적 고통뿐이다. 때문에 우리에게 부정적 의미로서의 의심이 아닌,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신중히 판단하라는 합리적 의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인다면 안타까운 피해를 예방하고 신뢰가 어우러진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이 한층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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