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진정 성공했는가?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나는 과감하게 실패했노라 말하리라. 물론 22년 전 6월 수많은 시민과 학생들이 투옥과 고문, 거리투쟁과 최루탄 가스, 수많은 곳곳의 노동현장에서 뿌린 눈물과 피와 땀방울의 결실로 독재정치를 물리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 잘사는 대한민국, 선망의 나라로 만들었다.

그래서 국민들은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2002년 '붉은 악마'의 월드컵도 성공했고, 거리와 광장도 촛불로 뒤덮을 수 있었다. 무엇이든 우리가 이룰 수 있다고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그러나 오늘 날 우리는 극심한 좌절을 맛보고 있다. 희망조차 잃어가고 있다. 아무리 광장에서 소리쳐도 바뀌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거꾸로 가는 시계만 같아 절망스럽다.

70년대 개발독재 시대, '1백만 불 수출, 천불소득'의 기대에 공장에서 밤을 새우고, 지하갱도에서, 사막의 건설현장에서 심지어는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걸고 외화를 벌어들이기까지 수없는 고생도 참고 따랐다. 경제적 빈곤에서 벗어나 잘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감내하였다. 그것은 언젠가 때가 되면 '사람답게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어떠한가,

마트와 거리에는 넘치는 상품과 화려함이 있지만, 억대가 넘어 살 수 있는 집, 몇 천만 원대를 훌쩍 넘어버린 자동차, 어느 것 하나 호락하지 않고 평생 할부와 이자와 카드에 휩싸여 이 굴레를 벗어나 살기 쉽지 않다. 툭하면, 매스컴에서 억대연봉, 수억 재테크 판을 늘어놓지만, 그것은 허황된 기대일 뿐 모두의 현실은 아닌 것이다. 당장 매월 집값 자동차 할부금, 아이들 교육비, 부모형제 친지 애경사비를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 몇인가.

조만간이면 국민소득이 개인당 2만불이 될 거라 하더니, 이제는 은근 슬쩍 1만불 이하로 간다고 꼬리를 내린다. 1만불이라고 쳐보자. 4인 가족이면 연 4만불, 가장이든 내외 합쳐 돈벌이가 년 5천만원은 되야 할 텐데, 그런 집이 얼마나 될까. 물론 대기업, 공기업, 금융권, 장기 공직이라면 모르겠지만, 전국민이 그 자리에 있기는 불가능하잖은가.

수십년간 농촌에서부터 도시 골목, 공장 구석구석에까지 피땀 흘려 세운 한국경제의 성장의 몫이 잘나가는 기업, 보장된 직장만을 위해 몰아주기가 되어 버렸다. 경제를 건설할 때는 전국민이 함께하는 고생이었는데 이제는 실력차, 능력차라며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겨지고 있다.

나라가 발전하고 사회가 좋아진다는 것은 분배와 기회가 제도화되고, 공공재, 기반시설이 저렴하고 공평하게 제공되어야 하는 것이다. 특정 계층, 특정분야에만 집중되고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소득이 무한정 올라갈 수는 없고, 가격이 낮아져야하는 것이다. 물론 공산품 가격은 저렴할지 모르지만 집값, 찻값은 끝없이 오르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이것의 근본적인 문제는 위로만 보고 달려가는 욕망의 구조 때문인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과 민주발전은 자칫 허울뿐이 되고 있는지 모른다. 무조건 자본주의니까, 자유니까 하고 개인적인 욕망만 충족하려다 보면 끝없이 돈벌이 내몰리는 브레이크 없는 욕망의 전차를 올라타고 내달리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재벌들만 보장되는 산업구조, 가격정책, 있는 사람들이 돈을 써야 경제가 돌아간다는 부자세금우대정책 이것은 답이 아니다. 근본적인 경제구조을 바꾸고, 시장정책이 바뀌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우리들의 욕망도 뒤집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성공은 경제민주화로 이루어진다. 민주화는 자본주의 거품성장이 아니라, 정의와 평등, 개인의 도전의욕과 희망으로 완성되어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가 천사라면 ….천사의 노래 부르면서 끝없는 사랑 간직하리.

▲ 정지성
문화사랑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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