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련 사회복지사

[백목련] 정혜련 사회복지사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성차별에 반대하는 그녀의 신념과 삶을 통해 85세의 나이에 미국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uth Bader Ginsburg)는 열렬한 오페라 애호가이다. 평생을 공부와 인권을 위한 재판에 몰입했던 그녀가 거의 유일하게 즐기는 유희가 오페라인데, 마침내 2016년에는 미국 워싱턴DC존 F.케네디 센터에서 오페라 '연대의 딸'에 크라켄토프 공작부인역으로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삶의 나이테가 늘어갈수록 겪는 일도 많아지니 감정을 다루고 표현하는 것도 많은 훈련이 필요하다. 나는 마음을 위로할 때 음악이 큰 도움이 되는데, 젊은 가수들이 대부분인 우리나라 대중음악으로 담아지지 않을 때가 많아 새로운 음악을 찾게 되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이 '오페라'이다. 세대를 이어온 서사와 압도적인 음악은 환희와 분노 슬픔과 희망을 넉넉히 담고 있어 멋진 친구가 아닐 수 없다. 프로페셔널한 음악가들이 모여 만들어 내는 이 판타지 그 자체가 보석이다. 유명한 오페라 레파토리를 모아 연주하는 것도 즐겁지만, 종합예술로서의 오페라는 한 작품을 볼 때 그 매력이 최고에 달한다. 오페라는 남녀의 사랑을 얘기나, 음모, 질투 등 통속적인 이야기도 음악의 힘으로 상상력을 끌어올리고, 평소에 만져지지 않는 감성의 세포들이 에너지를 얻는다.

오페라와 오페레타 그리고 뮤지컬은 비슷하면서도 달라 차이점을 알고 즐기면 더 좋다. 오페라의 어원은 라틴어의 opus(작품)이며 독창, 합창, 관현악 등으로 구성되고 등장인물의 대사가 그대로 가사가 되어 전개된다. 오페라타의 어원은 이탈리아어로 '작은 오페라'라는 뜻이다. 전에는 경가극이라고 번역했으나, 현재는 오페레타로 많이 사용한다. 오페라보다 규모는 작으며 즐거운 음악극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뮤지컬도 오페라처럼 음악과 문학(이야기)이 있으나, 주제가 훨씬 서민적이고 퍼포먼스적인 춤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큰 차이점은 오페라가 노래를 부르기 위한 대사라면 뮤지컬은 음악 없이 대사만 하는 경우도 있고, 오페라보다 훨씬 연극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오페라는 1948년 1월 G.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椿姬)》를 이인선(李寅善)의 국제오페라사에서 공연한 것이 시초이다. 1950년 한국 최초의 창작오페라인 현제명(玄濟明)의 《춘향전》이 서울 시민회관에서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주최로 공연되었고, 그 이후로 왕자호동, 원효대사, 논개, 심청전, 초분(草墳), 견우직녀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 창작오페라가 작곡된다면 광개토대왕이나 노비출신의 과학자 장영실, 중인신분으로 중전에 올랐던 장희빈, 조명되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들과 100년을 앞서간 신여성 나혜석 등도 흥미로울 것 같다.

이 아름다운 오페라가 그 감정을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한국어로 전 세계의 무대에서 광개토대왕의 '북방을 호령하다' 라든가 화가 나혜석의 '여성을 그리며' 같은 오페라 레파토리를 듣는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달콤한 꿈과 향기로운 차로 이 오후를 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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