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기고] 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가을이 다가오며 파란하늘에 햇솜같이 하얀 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하늘 아래 펼쳐진 대자연 속의 푸른 숲은 제 임무를 다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가는 마당에 자신의 고운 자태를 선보이려고 마치 분장을 하는 듯이 보인다.

사계절의 주기도 어찌 보면 사람의 생애주기와 별반 다르지 않다. 왜냐하면 기다림의 천재 씨앗이 새싹을 틔워 무성하게 자라 열매를 맺고 익어가는 일련의 과정이 인생을 닮은 듯하다. 생의 끝자락에 자신을 곱게 단장하고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니 그렇다.

단풍이 드는 이유는 마치 사람이 늙어가는 과정과 엇비슷하다. 가을이 오면 나뭇잎의 영양분이 줄기로 이동하고 가지에서 쉽게 떨어지도록 연결 부위에 특이한 세포층이 생긴다고 한다. 헤어질 준비가 되면 엽록소가 파괴되고 다양한 물감을 들이는 것이다.

건강하게 자란 잎은 맑고 따뜻한 가을빛과 밤 기온을 맞으며 더 고운 단풍이 된다고 한다. 사람도 고귀한 덕망과 인품을 지녀야 더 존경 받을 수 있다. 단풍이 떨어지면 봄에 새잎이 돋아나듯이 우리도 뒤따라오는 이들을 위해 한 알의 밀알이 되었으면 한다.

시니어들의 삶을 보고 들으며 느낀 나의 생각을 축약하면 이러하다. 마음의 문을 열어야 소통이 잘되고 성숙해질 것 같다. 나이듦과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 남의 말을 잘 경청하고 내말을 줄여야 상대가 잘 듣는다.

나이를 앞세워 서열을 매기면 서로 통하지도 않고 실력도 묻히며 세대 간 갈등만 심해진다. 형식권위보다 나이 든 사람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실질권위를 추구해야 한다. 나이 들수록 후대에게 양보하고 내어놓고 물려줄 수 있는 아량이 필요하다.

요즘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기 때문에 구태여 어르신들의 체험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이다. 무의미해진 경험을 내려놓으면 겸손한 어른으로 사랑받을 수 있다. 떠날 때가 가까울수록 움켜쥐고 싶은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운동도 마음에 맞추면 무리해지니까 몸에 맞추어야 한다. 여유 있는 시간에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면 삶에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공부와 봉사는 연령에 제한도 없을 뿐더러 새로움을 배우고 즐거운 보람에 좀 더 행복해질 수 있다.

깨끗한 몸과 마음일 때 사람에게 다가가기 수월하다. 늙을수록 밝은 표정과 밝은 옷을 입어야 지저분한 느낌이 덜하다. 노인은 너와나 따질 필요 없이 나쁜 냄새가 풍기므로 담배는 가급적 끊고, 향기로운 향수를 살짝 쓰면 좋을 듯하다.

후회스러운 과거나 현재의 불만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근심보다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며 정진해야 한다. 해맑은 웃음과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긴장과 도전을 수용해야 한다. 이 세상 아무리 불평해도 변하지 않는다.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내 삶의 남은 여정 고운 단풍처럼 아름답고 품위 있는 삶을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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