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얼마 전, 한국연구재단에서 융합교육연구소 지원비를 받게 되어 박사후 연구원을 모집하였다. 박사학위자들이 구직활동을 할 때 가장 많이 찾는다는 사이트에 문의해 보니, 잘 보이는 배너로 올리면 4일에 거의 100만 원 정도 든다고 했다. 그래도 광고가 확실해야 실력 있는 사람들이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광고비를 쓰기로 했다. 역시 광고의 효과 덕분인지 순식간에 30명의 박사들이 지원했다.

그런데 막상 마감을 하고 서류를 검토해 보니, 연구소와 맞지 않는 서류들이 너무 많았다. 이들은 왜 “아님 말고”식으로 지원을 하는 것일까? 그렇게 박사들의 취직이 어려운가? 수많은 서류와 자료를 검토하다가, 실력도 중요하지만 사업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인성과 적성, 직무역량과 같은 정보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요즘 블라인드 채용이 생기면서 인·적성과 직무역량을 분석해 주는 사이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여기에도 등록했다.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예산이 자꾸 올라갔지만, “사람이 만사”라는 생각에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투자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여러 노력 끝에 최종 면접자 5명을 선발하였다. 면접 대상자 중에 4명은 서울이거나 경기도에 거주하였다. 박사후 연구원의 조건은 상근인데 근무 조건을 분명히 명시했으니, 선정되면 청주로 이사를 올 결심을 하고 지원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면접에서 필수 조건인 상근이 가능한지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 중 2명은 집에서부터 출퇴근을 하겠다고 답했다. “집이 강남이라서 SRT를 타면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정도이므로 가능하다.”, “집이 수원인데, 직장을 다닐 때도 서울 강북까지 매일 1시간 반씩 운전하는 것에 익숙해서 한국교원대학교까지 1시간 반 정도이므로 출퇴근 가능하다.”는 답이었다.

우리 대학의 많은 교수들이 서울에 집이 있어도 출퇴근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하지만 면접에서 출퇴근 가능에 대해 논쟁하기 어렵고, 근무하다가 힘들면 주중에 이곳에 머무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된 경기도 거주 면접자에게 전화로 합격 통보를 했다. 그는 “한국교원대학교가 꿈의 직장이기 때문에 너무 기쁘다.”고 답했는데, 왠지 그 말의 꼬리에 여운이 있었다. “뭐지?”

하지만, 그런 느낌을 지우고 나는 예정했던 공지대로, 나머지 지원자들에게 불합격 통지를 했다. 다음 날, 그 합격자가 전화를 했다. 그러더니 못 오겠다고 한다. 맙소사.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지만 너무 무책임한 사람이지 않은가? 그를 뽑기 위해 내가 들인 노력이 너무 크고, 또다시 그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황망했다. 하지만, 그는 나의 이런 어려움에 대해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가 근면성, 책임감, 준법성, 배려심 등의 인성 검사 항목에서 매우 우수한 점수를 받은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면접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인성이나 적성을 공인된 시험이 잘 파악해 줄 것이라고 믿은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 지를 깨닫게 해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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