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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싫증내면 인생에도 싫증낸다신수용 언론인(대전일보 전 대표이사·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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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06  14: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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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용의 쓴소리 칼럼] 신수용 언론인(대전일보 전 대표이사· 발행인)

영국 런던에는 명물이 여럿이다. 하지만 그중에 '스피커스 코너'라는 게 있다. 연전에 이곳에 들른 적이 있다. 영국 런던시내의 하이드파크 동북쪽 한구석에 마블아치 옆에 있다. 스피커스 코너는 이름대로 입심 좋은 인사라면 누구든 차례를 지켜 할 얘기를 듣는 이에게 실컷 주장하는 자리다.

현직 수상이 싫으면 싫다고 떠들고, 철도노조 파업을 왜 해야 하는 지도 누군가 나와서 떠든다.  기독교 신앙의 필요성을 외치는가하면, 지하철 요금과 집값이 물가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주부 스피커도 있다.

그러나 스피커스 코너는 매일 열리는 게 아니다. 매주 일요일 오후 열어, 어떤 때는 20명, 많게는 30명의 입심 좋은 연사가 나와 자기의 주장으로 청중을 설득시킨다. 연단이래야 나무상자나, 들고 다니는 사다리가 전부다. 이 약식연단에서 제각기 하고 싶은 얘기를 실컷 하고 내려온다. 곳곳에 카메라를 든 이와 이를 받아 적는 이는 분명 기자들이다.

 마침, 그곳을 갔을 때는 곱상한 40대 여자가 일부다처제의 필요성을 얘기하고 있었다. 양산을 쓰고 앉거나 선 여자도 수십 명이나 됐다. 그런데도, 야유도 흥분도 없다. 어느 노신사는 중동의 미국의 전쟁개입을 비판하며 평화를 주장하기도 했다. 청중은 귀를 세우면서도 열심히  연사의 얘기를 듣는다.

코란을 들고 나온 이슬람주의자도 알라신만이 우주만물을 창조한 신이라고 외쳤고, 20대의 젊은이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얻은 수익의 사회 환원이 적다고 주장했다. 주제는 이처럼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이 스피커스 코너는 1,2차 세계대전 때도 열렸다. 그러면 어느 한국 유학생은 조선반도의 일제식민화의 부당성을 외쳤을 것이다. 또 1950년 한국전쟁에 대해 영국인들이 자유민주국가인 대한민국을 돕자고 어느 연사들이 약식연단에 섰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스피커스 코너의 역사다. 1860년도에 생겼다니 무려 160년이나 되어 간다. 독설과 폭소가 넘쳐나 적게는 10여명, 많게는 300명까지 연사 앞에 모인다. 160년이나 된 이 여론의 광장, 그래서 스피커스 코너는 민주주의 발상지답고, 언론의 표현 자유가 보장된 나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현장을 안내한 영국기자는 이를 신기로워하는 우리에게 인생의 표현은 자유다. 그래서 내생각과 다르다고 언론에 싫증을 내면, 인생에도 싫증은 내는 것'이라던 소개가 생생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 9일 장관후보자로 지명됐으니, 8일이면 두 달째다.

두 달 동안 쏟아지는 조국 일가의 의혹과 검찰수사는 정치. 경제, 사회를 모두 '조국 블랙홀'로 삼켜버렸다. 또 언제 속 시원히 해명되거나, 처벌되거나,의혹으로 남거나 결론이 내려질 지도 모른다. 보수와 진보진영 논리에 여론은 갇혀 둘로 쪼개져 '이제 나와 다르면 적'이라는 위험논리에 빠졌다.

언론이 지금 그 자리에 섰다. 모두들 조국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호의 검찰개혁에 이어, 다음으로 야당을 때려잡는 정치개혁이나 언론개혁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문재인 정부나 여권을 비판하는 정치권과 언론에 대해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대대적인 수술이 있을 것이라는 뉴스가 나돈다.

 현장을 뛰는 어느 후배 기자는 자신의 기사에 막말 댓글은 이제  내성(耐性)이 생겨  참아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단하나 '기레기'란 말 앞에선 무너진다고 했다. 지구상의 모든 오물과 적의를 뒤집어쓴 것만 같다고도 했다.

어느 정도였을까. 후배는 '기레기’라고 내뱉는 당신의 마음은 선량하기만 한가라고 물었다. 그리고  지지난 주말 서울 서초동 촛불집회 규모를 따지느라 페이스북이 두 쪽으로 갈림을 예로 들었다.

 “이렇게 엄청난데 100만 명이라고 보도 안 하면 기레기다.”(문학평론가인 대학 교수의 말), “턱도 없는데 100만 명이라고 보도하면 기레기다.”(자유한국당 의원의 말). 그는 이래도 저래도 기레기가 될 운명에 웃어버렸다고 허탈해 했다.

그리고 후배 기자는 자성도 했다. 그는 억울하지만, 억울해할 온전한 자격이 없다는 걸 안다고 했다. 그리고 언론은 무고하지 않다. 때로 펜을 흉기처럼 휘둘렀고, 감시해야 할 권력자의 힘을 제힘이라 착각했다고 실토했다. 스스로 뼈를 깎는 반문이었다. 그는 공익과 사익을 이따금 겹쳐 보았으며, 하위 20%의 사람들을 위하는 척하면서 상위 1%와 눈 맞추려 애쓴 적이 없는 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교만한 게으름의 죄가 가장 크다. 그는 정보는 ‘우리’만 알고, 세상은 ‘우리’만 읽을 수 있으며, 여론은 영원히 ‘우리’의 뜻대로 움직일 거라는 오판으로 변화를 거부한 죄……. 검찰과 언론을 한패로 묶어 비난하는 목소리에서 ‘세상이 바뀐 걸 너희만 모르느냐’는 꾸짖음을 듣는다. ‘기레기’라는 말을 입에 쓴 약처럼 차라리 씹어 먹어야지라고 말이다,

후배기자의 쓰라린 자성과 자조는 언론인 모두에게 해당된다. 그의 말마따나 조국 장관 보도에 관한 한, 기레기 판별 기준은 ‘기자답다’가 아니라 ‘내 편이다’에 가까운 것을 본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기 취향’ 보도에 앞장선 사람들이 조 장관을 겨누는 ‘모든’ 보도를 쓰레기 취급한다.

어느 종편은 태블릿PC 보도로 박근혜 정권을 허물어 칭송 받았으나 지금은 그 반대다. 이 종편이 조 장관을 충분히 감싸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레기 리스트에 올랐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때 윤석열 검찰총장의 의혹을 캔 죄목으로 기레기로 몰린 독립 언론은 윤 총장이 역적으로 몰린 덕에 사면받았다고 그 후배는 말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20대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자칫 표현의 자유침해가 우려되는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더불어 민주당은 지난 주 해외 플랫폼 사업자가 허위 조작정보(가짜 뉴스)를 제대로 거르지 못한다며 대책을 내놨다. 이럴 경우 매출액의 최대 10%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당은 조 장관 논란을 계기로 유튜브 등 해외 플랫폼을 통한 ‘가짜 뉴스’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해외 플랫폼에도 가짜 뉴스 유통 관리 의무를 지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해 플랫폼에도 징벌적 배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야당은 반발하고 있다. 보수 진영의 최대 정보유통 통로로 떠오른 유튜브를 압박하려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여당의 취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허위조작 정보 기술이 정교해졌지만 국민으로선 사실의 진위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가짜뉴스가 방치될 경우 정확한 정보를 접해야할 국민, 유권자들이 판단에 혼란을 야기하고 왜곡될 수밖에 없다. 즉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이다.

한국만 일각에서도 포털 업체들은 실검 순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의 ‘실시간 검색(실검)’ 순위 조작 의혹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네이버 실검 순위가 1분 사이에 ‘문재인 탄핵’에서 ‘문재인 지지’로 뒤바뀐 것을 예로 들었다. 특정 세력이 매크로(동일 작업 반복 프로그램) 등을 사용해 정보를 조작했다며 대책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단속 강화가 남용되면,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다. 더구나 지금처럼 ‘나와 다르면 하루아침에 적’이 되는 표현과 정보 불신시대이기에 더욱 그렇다, 더구나 언론보도마저 조국 사태에서 보듯 ‘기자다움’이 아니라 ‘내편다움’이란 편 가르기 시대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것도 안되는 것이다. 때문에 표현의 자유와 허위조작 정보 단속 사이에서 균형감 있는 제도마련만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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