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 살해' 체포 전까지 청주 성폭행·살인 연이어
'시체 발견 당시 상태 등 화성 사건과 연관성 주목

▲ 본보 1992년 6월 25일자에 실린 '20대 가정주부 전화선 피살사건' 기사.
▲ 본보 1991년 1월 28일자에 실린 '근로여고생 살인사건'기사.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춘재(56)가 충북에서 또 다른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시 청주에서 발생한 미제살인사건과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씨가 1994년 1월 처제를 살해하고 경찰에 붙잡히기 전까지 청주에서는 '화성 사건'과 유사한 성폭행·살해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6일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1991년 1월부터 1994년 1월까지 청주권에서 발생한 살인 미제 사건은 총 5건이다.

△'근로女高생 타살체로 발견' 
'10대 여고생이 기숙사를 나간 지 하루 만에 택지조성 공사장 흄관 속에서 타살된 시체로 발견됐다.' 
 <본보 1991년 1월 28일자 15면>

당시 본보에 따르면 1991년 1월 27일 오전 10시 50분쯤 청주시 가경동 택지조성 공사현장 콘크리트관 속에서 방적 공장 직원 박모양(당시 17세)이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박양은 속옷으로 입이 틀어 막히고 양손이 뒤로 묶인 채, 윗도리는 반쯤 벗겨지고 쭈그리고 누운 상태에서 목 졸려 숨져있었다.

박양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앞서 A씨(36)가 30대 청년에게 붙잡혀 금반지 등 12여만원의 금품을 빼앗긴 장소다. A씨는 범인이 한눈을 판 사이 매설된 하수관 속으로 탈출했다.

당시 경찰은 "전날 오후 6시쯤 '토요일날 집에 가겠다'고 집으로 전화를 한 후 회사를 나갔다"는 회사 동료들의 진술을 토대로 박양이 공사장으로 납치돼 폭행·강간을 당한 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3개월의 수사 끝에 유력한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지만, 재판과정에 증거 부족 등의 이유로 해당 용의자는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 사건은 미제로 남았다.

△20대 主婦 피살, 전화선에 목 졸려
한낮에 20대 가정주부가 자신의 집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본보 1992년 6월 25일자 15면>

1992년 6월 24일 오후 5시 30분쯤 청주 복대동 상가주택에서 이모씨(당시 28세)가 전화선으로 목이 졸리고 머리에 상처를 입은 채 숨져있는 것을 같은 건물에 사는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최초 발견자는 "옆 가게에서 이씨의 1살 난 아들의 우는 소리가 들려 가봤다"며 "(당시) 이씨는 하의가 벗겨져있었고, 상의는 목 부위까지 올려 진 상태로 전화선에 목이 졸린 채 숨져있었다"고 전했다.

현장에는 이씨의 반항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방안을 뒤진 흔적도 발견돼지 않았다. 부검결과 이씨의 몸에서 정액반응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성폭행을 목적으로 침입한 범인의 범죄라고 판단한 경찰은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사건 현장에서 나갔다"는 목격자의 진술 등과 피해자와 남편 등 주변인을 중심으로 수사를 폈지만 끝내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여인 피살체 또 발견 , 30代 알몸 양손 묶여 
1992년 4월 23일 청주시 강내면 학천교 경부고속도로 교각공사장 밑에서 30대로 보이는 여자알몸피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본보 1992년 4월 23일자 15면>

시신을 처음 발견한 포크레인 기사는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교각 밑 흙을 파내던 중 온몸이 심하게 부패된 사체가 걸려나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당시 사체의 양손이 뒤로 묶여있고 알몸인 채 온몸이 심하게 부패된 것으로 보아 3~4개월 전 타살돼 암매장 당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했다. 또 피살체 두개골은 함몰돼 있었고 둔기로 맞은 흔적도 발견됐다. 경찰은 이후 시신의 지문 채취와 차고 있던 시계 등 유류품을 확보해, 시신의 신원확인에 나섰다. 이밖에 △1991년 3월7일 남주동 주부 피살

△1992년 4월18일 봉명동 여성 피살 등의 사건 등이 청주 미제 사건으로 남겨져있다.
충북청 관계자는 "당시 전국에서 화성 사건을 모방한 유사 범죄가 다수 발생했다"며 "이씨가 저지른 사건으로 보이는것도 일부 있으나 수법이 유사하다는 점만으로 모두 이씨의 범행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는 자백 과정에서 범인이 검거돼 모방 범죄 혹은 별개의 범죄로 여겨진 화성사건의 8차 사건까지 자신이 저질렀다고 주장해 경찰이 과거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신빙성을 검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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