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경기도 연천군 내 비무장지대(DMZ)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검출된 가운데 정부의 부처별 엇박자 속 뒷북대책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미 수개월 전 북한 내 돼지열병 발병을 확인하고도 접경지 멧돼지 등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해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7일 보령의 한 양돈 농장에서 접수된 ASF의심 신고가 '음성'으로 판명나면서 충남지역 양돈 농민들은 다시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번 의심 신고는 전국 최대 양돈 밀집단지인 충남에서 1주일 사이에 두 번째로 접수된 것인 데다, 신고 농장이 '축산 1번지' 홍성 바로 코 앞이어서 또다시 방역 당국에 초비상이 걸렸다.

 최근 방역당국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일 연천군 DMZ에서 발견된 야생멧돼지 폐사체 혈액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정밀 진단한 결과 돼지열병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환경부의 멧돼지 예찰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번 사례를 계기로 DMZ 내가 이미 상당 부분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멧돼지를 포함한 돼지류는 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극히 미량만 노출돼도 감염될 수 있다.

 특히 새·쥐·파리·고양이 등 야생동물들이 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 사체나 배설물 등에 접촉했을 때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살아있는 멧돼지가 남하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연천 DMZ 내 폐사체 발견을 계기로 우려가 커지자 지난 4일에서야 관련 인력을 2배로 늘려 예찰을 강화하라는 '뒷북' 대책을 내놨다.

 국방부 역시 같은 날 DMZ를 포함한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이북의 모든 접경지역을 대상으로 헬기를 동원한 항공 방역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난달 17일 경기도 파주 양돈농장에서 첫 확진 판정이 나온 이후 18일이 지나서야 방역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DMZ 소독에 나선 것이다.

 방역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대책은 상대적으로 농가에서 사육하는 '집돼지 잡기'에만 집중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 농식품부는 전날까지도 경기도 파주·김포 내 농가의 모든 돼지를 대상으로 수매 혹은 살처분한다는 초강수 대응책을 내놨지만, 야생 멧돼지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DMZ 내 감염 폐사체 발견을 계기로 북한과의 방역 협력 필요성도 거듭 제기되고 있다.

 DMZ는 남북한이 아닌 유엔사 관할이어서,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남북 모두에게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멧돼지 사이에서 돼지열병이 만연할 경우 사실상 일일이 잡아낼 수 없어 토착화 우려도 있다.

 ASF로 살처분 대상이 된 돼지는 총 15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각 지자체에서는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예정된 축제와 행사를 취소하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현재 백신과 치료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ASF가 우리나라에서 돼지를 가장 많이 기르는 충청 지역으로 확대되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더욱 철저한 대비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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