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성폭행·살해 혐의
"당시 고문 후 허위 진술"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 8차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돼 20년을 복역한 A씨(당시 22세)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을 준비할 뜻을 밝혔다.

A씨는 9일 "가족들과 재심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변호사도 선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년 전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아무도 도와준 사람이 없었다"며 "신분이 노출되면 직장에서도 잘릴 수 있어서 당분간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현재까지는 주변 사람들과 준비하고 있으며 때가 되면 언론과도 인터뷰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A씨는 자신의 신원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A씨는 1988년 9월 16일 경기도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의 B양(당시 13세) 집에 침입해 잠자던 B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7월 검거됐다.

A씨는 같은 해 10월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항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기각돼 무기수로 복역 중 감형받아 2009년에 가석방됐다.

그는 1심 선고 이후 항소하면서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항소이유로 들었다.

A씨에 대한 2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이 사건 발생 당시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음에도 경찰에 연행돼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는 최근 그동안 모방 범죄로 분류된 8차 사건까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했다.

이씨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과거 경찰이 부실한 수사로 애꿎은 시민에게 누명을 씌우고 20년 옥살이를 강제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뿐만 아니라 이 씨가 자백한 모든 사건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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