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특색 소개 상징어, 영문 한글 표기 못벗어나
정체불명 용어 사용도 빈번 … 우리말 대체 절실

[충청일보 진재석기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지 573돌을 맞았지만 행정기관과 지자체는 여전히 외래어가 뒤섞인 행정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글 대체가 가능한 행정용어를 외래어로 쓰거나, 한글과 외국어를 혼용해 신조어를 만드는 등 지자체의 한글 파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가장 과학적인 문자를 갖고도 굳이 의미가 불분명한 외래어를 행정용어로 고집하는 지자체의 관행에 개선이 요구된다.

'레인보우(Rainbow) 영동', '블루시티(Blue-city) 거제', '로맨틱(Romantic) 춘천', '원더풀(wonderful) 삼척'.

전국 지자체가 시·군 누리집(홈페이지) 등에 지역을 소개할 때 넣은 문구들이다.

이 지자체들은 지역 명소와 관광지·특산품·산업 등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문구를 골라 지역 이름 앞에 넣었다고 설명한다.

'레인보우'로 지명을 소개한 충북 영동군 관계자는 "빨강(사과)·주황(감)·노랑(국악)·초록(푸른 산)·파랑(맑은 물)·남색(포도)·보라(와인)로 상징화해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이름을 만든 지자체는 꽤 만족스러운 모습이지만, 주민들은 '저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충북 영동에 사는 A씨(42)는 "뉴스를 잘 보지 않아서 도시 이름에 그런 소개가 붙었는지 몰랐다"며 "시민들이 알기 쉽게 한글로 소개를 해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각 행정기관이 종종 사용하는 정체불명 외래어는 특히 지자체 행사와 기획 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도내 곳곳에서 축제가 이어지는 이맘때마다 지자체 홍보자료에 빠지지 않는 '성료'라는 문구도 마찬가지다.

'성대하게(盛) 끝마쳤다(了)'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이 문구는 일상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다. 국립국어원 온라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마무리', '성공', '잘 마쳐' 등으로 쉽게 풀어써도 될법한 데도 자치단체 공식 문서에 관행적으로 사용된다.

충북도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반인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단어라고 생각해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용어를 사용했다"며 "국어사전에 없는 말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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