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충청칼럼] 윤명혁 충북농업마이스터대학 학장

지난해 8월 중국에서 발생된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북한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지난 9월 17일 파주의 농장에서 첫 발생하면서 우리도 ASF 발생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미 중국과 북한의 발병 소식이 알려지면서 항만과 공항, 국경에 방역조치를 취하고 예방에 주력했지만 결국은 우리나라까지 전염된 것이다. 아직은 북부지역에서만 발병되었는데 한강 이남으로 번질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될 우려기 있으므로 정부차원에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왜 무서운 것인가?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아프리카의 야생돼지에서 유래한 바이러스성 가축 전염병으로 고열과 외상, 백혈구감소증(비정상적으로 백혈구가 줄어드는 증상) 등을 수반하고 호흡이나 맥박이 빨라지며 열이 나면서 발병 4~7일 이내에 폐사하는 질병으로 급성일 경우 폐사율이 100%일 정도로 무서운 질병이다. 대개의 바이러스는 온도가 높아지면 사라지거나 활동이 미역해지는 특성이 있는데 아프리카 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이리도바이러스로 분류되며 가열, 부패, 훈제 등을 하거나 살짝 익히거나 말려도 살아남으며 냉장 시켜도 6개월 동안은 살아남는 특성을 가지고 있고 잠복기는 5~15일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방역에 더 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에 창궐해 이미 발병된 지 1년이 지난 중국은 사실 상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구촌에서 사육되고 있는 7억6,905만 마리의 돼지 중 4억4,06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는데 이미 1/3 가량이 살 처분 되어 1년 만에 돼지고기 값이 82%가 급등하여 돼지고기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 세계 돼지고기 소비량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에서 돼지열병이 확산되면서 세계 돼지고기 수급은 물론 쇠고기, 닭고기 등의 수급에도 영향을 주면서 침체되고 있는 세계 경제에 더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국가정보원에 의하면 북한의 함경북도지역의 돼지도 전멸했다는 정보가 있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의 돼지 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나타날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80년대 초반 광우병 사태로 625억 달러의 피해를 보았으며 96년 이후 재발해 총400만 마리의 소가 폐기처분 처분 되었고 95년부터 지금까지 소고기 수출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으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또한 97년도 대만은 구제역으로 380만 마리의 돼지가 살 처분되어 총 4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피해를 보면서 대만에서 아예 양돈업이 불가능해지자 영돈 산업을 친환경 내수산업으로 개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교훈 삼아 이번 아프리카 돼지열병 사태를 전 국민의 참여 속에 신속하고도 치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경제학자의 주장에 의하면 중국의 돼지열병 사태는 중국경제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한 것을 보면서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을 잘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양돈농가는 물론 이와 관련된 가공 산업계, 사료업계, 동물 의약품업계, 요식업계 등의 관련 산업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며 돼지고기 수급 불균형에 의한 다른 고기류 가격상승 또한 불 보듯 훤한 사실인데 이런 경제적 치명타는 무엇으로 충당할 것인가?

우리는 지금의 아프리카 돼지열병바이러스의 사태를 농업측면에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라도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파급될 사태에 대해서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터 지금 발생지역에서 더 이상 남쪽으로의 확산을 막는데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의 노력에 모든 국민들은 나의 일처럼 협력하여야 한다.

양돈을 직접 경영하는 농가는 축사주변의 소독과 방제작업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타 지역으로의 출타를 금해야 한다. 또한 작목반이나 농업인 단체에서도 집단적으로 모여서 하는 행사는 돼지열병 사태가 해소된 이후로 미루어야 할 것이다.

돼지 고기가격의 계속적인 하락으로 어려움에 고생하던 양돈농가에 찾아온 돼지열병 사태는 우리나라의 양돈 산업 전체의 흥망성쇠(興亡盛衰)가 걸려있는 문제이고 또한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돈농가, 농업인,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바이러스의 특성 상 온도가 내려가는 동절기가 되면 더 극성을 부릴 것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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