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지난 9일은 573돌을 맞은 한글날이었다.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자인지는 새삼 언급하지 않아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비록 한글로 표기되고 있다 하더라도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자가 일본식 용어임을 아는 이들은 몇이나 될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최경환 의원이 최근 국립국어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흔하게 쓰이는 용어 중 상당수가 일본식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사람들은 사이 좋은 부부를 가리켜 흔히 '잉꼬 부부'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여기서 '잉꼬'는 '원앙'의 일본식 표기다.

 국립국어원의 '말다듬기위원회'가 2004년부터 올해까지 정리한 '순화 및 표준화 대상어' 408개를 보면 일본식 잔재어는 '세고시(뼈째회)', '코스프레(분장놀이)', '지리(맑은탕)' 등이다.

 '가오(체면)', 모치(찹살떡), '쓰키다시(곁들이 안주)', '엔코(떨어짐)' 등 알면서 쓰는 말도 많지만 '짬뽕(초마면)'이 일본어에서 온 용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앞서 기술한 '잉꼬 부부(원앙 부부)'를 비롯해 '단도리(채비)', '소보로빵(곰보빵)', '오지(두메산골)', '유도리(융통)' 등처럼 일상 생활에서 무심코 써 온 용어들도 상당수다.

 이런 일본식 용어는 행정이나 특정 분야에서 특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공람(돌려봄)', '감봉(봉급깎기)', '공시(알림)', '과세(세금)', '건폐율(대지건물비율), 하청(아래도급) 등이 일본식 한자어에서 가져온 말들이다.

 특히 '국기 게양식'에서의 '게양(올림)'은 시급히 순화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기를 올리는 데 다른 나라, 그것도 일본식 용어를 사용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감사(지도검사)', '고참(선임)', '망년회(송년회)', '식비(밥값)', '인계(넘겨줌)', '인수(넘겨받음)', '행선지(가는 곳)', '간식(새참)', '견학(보고배우기)', '고객(손님)', '세대주(가구주)', '승강장(타는 곳)', '노점(거리가게)', '육교(구름다리)' 등 우리 생활 속에서 순화시켜야 할 용어들은 부지기수다.

 스포츠 중 야구 용어들도 '도루', '병살', '사구' 등 일본식 한자어가 대부분이다.

 '야구'라는 말 역시 일본식이라는 설이 있다.

 물론 익숙하게 써오던 말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가령 '콜라보레이션'이라는 외래어도 표기법 상 '컬래버레이션'이 맞으나 어감과 익숙함 때문에 방송에서도 '콜라보'라고 쓰는 경우가 많다.

 각 분야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일본 잔재어를 우리말로 순화시키기 위해 각계각층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보다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국민적 운동으로 전개시켜 순화 대상 용어들을 홍보하고 학교 교육에서부터 체계적으로 이를 펼쳐가야 한다.

 '말은 곧 정신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비단 일본식 용어만이 아니라 서구어 등을 우리말로 순화시키는 일은 특정 계층이 아닌 우리 모두의 몫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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