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태 건양대 교수

[월요일아침에] 박기태 건양대 교수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제법 선선하다. 한여름의 꽃들이 우수수 진자리에 낙엽들이 나뒹구는 거리의 풍경은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물러가고 갑자기 비어 버린 듯 적막감이 밀려온다. 행여 흐르는 시간의 포만감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나 않았는지 나름 고심하면서 지난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채근해야 할 계절인 것 같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역사의 축 위에서 돌고 돌며 서로 엉키어 함께하는 운명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간다. 매일매일 일상이라는 범주를 크게 뛰어넘지도 못하면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시간을 보내며 때로는 마치 대단한 삶의 실물대나 발견한 것처럼 박수치며 좋아하지나 않았는지 되돌아 볼 때인 것도 같다. 막상 손바닥을 펴보면 삶의 찌꺼기 몇 가닥 쥐어져 있을 뿐인데... ...

우리의 인생이란 이러한 삶의 축적이다. 그래서 대단하게 드라마틱한 좋은 일이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우리 대부분의 삶은 항상 자잘하고 애잔한 일들로 채워져 있다. 이 세상에서 특별하거나 유별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몇 명만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특별한 생활을 하게 될지라도 그런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마음으로 오는 행복의 가치 기준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차이를 느낄 것이다.

가슴 짜릿하도록 극적인 감동만을 받으며 사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얼마나 될 것인가? 우리 주변에는 전투처럼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실망하고 상실감을 느끼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니J. 젤린스키의 '연애하듯 삶을 살아라.' 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당신이 불행하다고 남을 원망하느라 기운과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라. / 어느 누구든 당신의 인생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중략) / 자기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른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서 뭐라고 말을 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개의치 말고 /심지어 어머니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보다도 /더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그러니 언제나 당신 자신과 연애하듯 삶을 살아라.

우리들 대부분은 스스로의 정신적 피폐함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 방법을 모르고 살아가는 성향이 농후하다. 자신과 친하지 않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자기 스스로와 조금씩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도 해보자. 그리고 자기와 가장 친한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행복한 친근감도 느껴보자.

어차피 행복의 실체는 없다 손치면 자기 자신이 느끼기에 따라서 행복은 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까닭에 누구나 자기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바로 행복할 것이다. 설령 자기 자신은 남보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고 결론을 내리는 사람 또한 행복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있어도, 태어나서 생을 마칠 때까지 항상 함께 하는 가장 친한 친구는 오직 자기 자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그리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젤린스키의 글귀에서처럼 자기 자신을 연애하듯 살아가는 것임을 마음속에 새겨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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