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일 양국간 경색국면 속에서 이낙연 총리의 일본방문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이 총리의 방일이 한국정부를 대표하는 외교사절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쪽도 쉽게 양보할 수 없는 기세싸움으로 번져버린 대립은 한국과 일본, 그 어느 쪽에도 실익이 없다. 이 같은 측면에서 이 총리와 아베 신조 총리와의 만남은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의 상황에 봉착한 한일 관계가 출구조차 찾을 수 없는 시점에서 이번 회담에 충분한 대화의 시간이 마련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양국 최고위급의 만남이 한국 대법원의 일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무려 1년여만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는 남다르다. 이번 행사가 1990년 아키히토 즉위식 이후 근 30년 만에 치러지는 일본의 국가적 대사인 점을 고려하면 이 총리의 방일 자체가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총리의 방일은 여러모로 한일 양국 모두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이 총리의 이력을 앞세워 '긍정적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누구보다 일본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많은 이 총리지만 이번만큼은 신중해야 한다.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총리의 방일은 자칫 우리 정부가 먼저 손을 내밀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방문에 거는 기대는 크다. 아베 정부의 행보는 한마디로 한국이 징용 배상 판결로 청구권 협정과 국제법을 어겼다고 주장하며 우리 정부에 대해 해결안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그것을 빌미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는 나라로 분류하며 일방적인 수출규제를 강행했다.

 어떻게든 파국만큼은 만들지 말자는 차원에서 우리 정부는 정치적 사안과 경제적 사안을 분리해서 접근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끝내 우리의 노력에 화답하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일본방문 길에 오르는 이 총리의 방한 시기 또한 공교롭게도 한일 갈등의 정점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당장 내달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시행되고 징용 관련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압류 자산 매각도 추진된다.

 뾰족한 해법이 마련되지 않는 한 시계초침은 파국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다. 바꾸어 말하자면 양국 정부에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구체적 방안은 추후에 협의하더라도 양국간 대화의 의지와 기회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일간 오랜 숙제였던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문제는 양국 정부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

  특히 과거사 청산 등 예민한 문제는 장기적 과제로 남겨놓더라도 경제와 민간분야의 교류는 지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한·일 양국간 진정한 화해협력의 출발이자 양국간 신뢰회복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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