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에] 윤의상(변리사·한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오늘은 어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사람들이 방문할까, 기대반, 우려반, 어쩌면 아무도 안 왔으면 좋겠다. 그냥 쉬다 오게... 매월 첫째 주 월요일, 마산 상공회의소 무료 상담을 가는 날이다.

청주 시외버스 터미널, 신문 한 부 사고 16,500원을 주고 승차권을 구입한 후 10시 30분 발 마산 · 창원행 시외버스에 몸을 싣는다. 버스는 가로수 길을 지나 경부 고속도로로 진입하여 달린다. 신문을 보다가 대전 터널이 나올 때쯤, 이제 터널이 많이 나올 것이니 한숨 자자 생각하며 눈을 감는다.

비룡 분기점에서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로 버스가 진입하는 것을 느끼며 잠든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 달리던 버스가 휴게소로 진입하는 느낌에 눈을 떠본다. 산청휴게소이겠지. 맞다.

대전~ 통영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약 10년 전부터 버스타고 다니던 길-마산 · 창원 업체 방문이나 대학 특강이 있을 때는 승용차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 이니, 가며오는 길목의 휴게소는 자다가도 알 것 같다.





상담소 손님 만나러 가는 길



15분 쉬었다 출발한다는 운전기사의 안내를 듣고 휴게소로 향한다. 12시 10분이니 라면으로 요기를 할까 하다가 음료수만 하나 마시고 다시 버스에 오른다.

이제 한 시간 반 정도만 가면 되겠지. 가방에 넣어 온 책을 보기도 하고 그간 핸드폰으로 수신 된 부재중 전화나 문자에 답을 보내다 보니 버스는 합성동 터미널에 도착한다. 오후 1시 30분.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다니던 중국집으로 향했다.

어라! 임대라 표시되어 있네. 장사가 잘 안되나 보다. 사실 그간 다니면서 터미널 주변의 일반 음식점을 이용해 보았는데, 입맛이 맞지 않아 최근에는 중국집을 이용했었다.

칼국수 집이 보여 점심으로 칼국수를 먹고 택시를 탔다. 마산상공회의소 담당 직원이 어디쯤이냐고 전화를 한다. 거의 다 왔다고 답하고, 마산상공회의소에 도착하니 오후 2시 10분. 평소보다 약 20분 늦었다. 점심을 휴게소에서 먹으면 20분정도 빨리 도착할 수 있다. 원래 상담 시간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므로 별 상관없다.

한명이 기다리고 계셨다. 내용을 들어보고 방법을 일러주며 상담을 한다. 업무적으로 내게 도움은 되지 않지만 성의를 다 해 설명해 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나가는 사람 뒤로 바로 다른 사람이 들어선다. 이렇게 다섯명을 상담하고 나니 벌써 5시가 지났다.

상담 받는 이들 대부분은 연세가 있거나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러기에 한 달에 한 번 무료 상담하는 날에 정기적으로 오는 이들도 있다. 70세가 넘으신 분이 결국 공장 차려 성공하는 것도 보았고, 몇 번의 상담으로 이제 특허청 일을 자신이 직접 수월하게 처리하는 이도 보았으며, 긁어 부스럼 만드는 이도 만났었다.





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내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하루를 공치는 것으로 봐아야 할 때가 더 많지만, 그래도 기다리는 이들 때문에 마산 방문을 그만 둘 수가 없다. 고속철도가 생기기 전에는 마산역에서 밤 10시 40분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어서 서너 시간 마산상의 직원들과, 때로는 상담 손님들과 저녁 겸 술도 많이 먹었었다.

지금은 고속철도 개통으로 그 기차가 없어져서 저녁을 먹더라도 오후 7시 50분에 출발하는 막차를 타기 위해 여유 있게 즐기고 오지는 못한다.

상담을 마감하고 국장님께 안부 인사를 한다. 오늘은 손님이 많아 먼저 인사드리지 못했다. 충주가 고향이신 국장님도 과장 시절에 만났으니 꽤 오래 됐다.

저녁 먹고 가라는 것을 폐 끼치기 싫어서 시간 없다고 나선다. 담당직원이 마산 시외 버스터미널까지 차로 데려다 준다. 오후 5시 50분이다. 6시 10분에 출발하는 버스에 오르니 피곤이 몰려온다. 신문을 뒤척이다 한숨 자기로 한다. 깨어보니 휴게소다. 무등산 휴게소, 차량 사정으로 진주에서 오는 버스로 갈아탔다.

청주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9시 정각. 예정시간보다 10분 일찍 도착하였다. 사무실에 들러 서류 확인하고 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그래도 우려스러운 이가 찾아오지 않았으니 다행였을까.

/윤의상(변리사·한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