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음성 동성초 교사

 

[기고] 박효진 음성 동성초 교사

외국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저마다의 방법이 존재하기에 무엇이 최고다,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반찬이 식탁의 활기를 가져오듯 다양한 학습 방법을 알고 실천해 보는 것은 외국어 학습의 지루함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외국어를 학습할 때 잘 다루지 않는 장르가 있다면 아무래도 ‘시’가 아닐까 싶다. ‘시’는 모국어를 배울 때조차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장르이기도 하다. 수준 높은 어떤 ‘시’를 읽을 때면 시인의 세계관을 모두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어 내가 살아생전 이 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인가에 회의를 느끼기도 하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시의 매력은 분명 존재한다. 시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을 이해하고 나면 시만큼 고도로 정교한 언어를 발견할 수 없다. 시 감상이야말로 집약된 언어로 표현된 인간의 창의적 사고를 마음껏 경험할 수 있다.

영국의 시인 사무엘 버틀러는 언어란 생각이 입는 옷이라 했다. 생각이 최고의 옷을 입으면 그것은 시가 되고 시는 언어를 가장 아름답게 보일 수 있게 하는 최상의 도구이다.

고된 하루를 보내고 하루를 정리하며 영시를 읽어 보았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도구로 이해하고 싶었다. 시로 표현된 그들의 문화와 생각은 한층 고풍스러웠고, 정돈되어 있었으며 격조가 느껴졌다. 잘 차려진 상차림에 초대받은 느낌이랄까. 허투루 쓰이지 않은 단어 하나하나에서 시인이 하고자 하는 생각이 장황한 말보다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이해되지 않는 단어와 맥락의 뜻을 위해 자발적으로 그 나라의 역사를 뒤적이기도 했고, 그 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문화와 인물에 대해 자료를 뒤적거리는 수고를 나 자신의 동기로 수행하였다. 물론 찾아보고 찾아봐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존재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더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해 볼 터다. 미해결과제가 도전을 더욱 살찌게 하는 선순환을 가지고 올 테니까 말이다.

내가 가보지 않은 나라의 사람들, 그들이 향유 하는 생각과 진실하게 마주하기를 원한다면 그 나라의 ‘시’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한국어로 된 시를 감상하기 위해서도 여러 차례 되뇌어야 하듯 외국어의 시 역시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해서라면 여러 번 읽고 뜻을 가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하다 보면 현란한 언어 뒤에 숨은 그 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깊이와 철학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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