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수필가·시인

[김진웅칼럼] 김진웅 수필가·시인

살다보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의외의 상황도 많다. 지난 10월 5, 6일 동대구를 거쳐 안동에 다녀왔을 때 거듭 느꼈다. 몇 달 전, 경북신문사에서 개최하는 ‘제1회 경북 이야기보따리 수기 공모전’이 있었다. 마침 지난 6월, 필자가 참여하는 충북수필문학회에서 안동 일원 문학기행을 다녀왔기에 ‘천년고찰 봉정사’를 중심으로 쓴 수필이 뽑혀 시상식 겸 팸투어에 참가하였다. 처음에는 아침 9시까지 동대구에 가야해서 며칠 망설였다. 미리 대구에 가서 1박할 수도 없고, 새벽에 가자니 교통편이 어려울 것 같아 불참하겠다고 했더니, “좋은 기회인데 좀 힘들더라도 오시지요.”란 주최 측의 초청에 강행하기로 했다.

오송역발 아침 6시 56분 KTX를 인터넷으로 예매하였다. 시간이 촉박하여 고속버스나 다른 기차는 안 되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새벽에 오송역까지 가는 게 문제였다. ‘승용차를 타고 갈까? 오송역과 청주공항을 다니는 빨간 버스를 타고 갈까? 알아보니 그 시간에는 가경터미널에서 출발한다니 거기까지 택시를 타고 가더라도 미리 나가보자.’ 하며 전날 4시 20분에 새벽을 열며 사전 답사하였다. 상당공원 부근을 가니 시내버스 한 대가 불을 밝히고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보니, 청주대교 정류장에서 5시 20분에 출발한다니 의외이고 무척 반가웠다. 20분 후에는 동부종점에서 오는 버스도 있다지만 앞차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이튿날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하여 정류장으로 갔다. 시간 여유가 있으니 느긋하다. ‘모든 일은 여유 있게 해야 해.’ 하며 새벽을 여는 길은 무척 상쾌하고 내가 제일 부지런한 것 같았다. ‘아마 이 버스를 타는 사람들이 별로 없을 거야.’ 생각했는데 가다보니 상상외로 타는 사람이 많았다. ‘참 부지런한 사람들이구나. 이렇게 바쁜 세상일까. 이런데도 여느 때는 잠자리에 있었으니…….’ 오송역에 도착하니 여섯시도 되지 않아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앞차를 타면 어떨까?’ 생각한 나를 칭찬하며 예매한 표를 창구에 제시하니, 흔쾌히 6시 30분에 출발하는 표로 바꿔주어 7시 30분경에 동대구역에 도착하였다.

‘기차표를 교환하지 않고 그냥 기다렸다면 얼마나 미련하고 시간낭비일까?’ 처음에는 동대구역에서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시간이 충분하여 버스를 타고 갔다. 혹시 몰라 집에서 인터넷 검색을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론과 실제가 좀 달랐지만 길안내가 잘 되어 나 같은 길치도 복잡한 초행길도 찾아갈 수 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집결 장소에 가니 초면인데도 내 이름표를 걸어주었고, 안동에 도착하여 월영교 걷기, 낙동강 황포돛배 타기, 박물관 관람, 헛제삿밥 식사 등, 저녁에 전국에서 모인 분들과 시상식에 참여하고, 안동고택 이상루에서 1박을 하였다. 이튿날은 도산서원, 이육사문학관, 간고등어 점심, 별신굿 관람 등 경북 이야기보따리 시상식과 팸투어는 아주 소중한 값진 체험이었다. 이 모두 평소에 부단히 글밭을 가꾸며 연마하고, 새벽을 열며 달려간 덕분이니 앞으로도 더욱 열어가자. 새벽에는 또 하나의 세상과 특별한 무대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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