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충청산책] 김법혜 스님·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3살 아이가 부모의 학대와 방치 속에 자란 아이의 뇌 스캔사진을 비교하여 보도한 적이 있다. 오른쪽 뇌 스캔 영상에는 3살 전에 학대를 받으면 아이 뇌에 멍이 생긴다는 것이다. 부모로 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이 뇌(왼쪽) 와 학대받은 아이(오른쪽) 뇌 사이즈도 다르다고 한다. 사랑을 받은 아이의 뇌는 크고 잘 발달되어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의 뇌는 작고 어두운 부분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가 성인이 되면 정신 질환 등으로 건강에 심각한 문제도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은 아동 학대가 발견되면 가해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동과 가해자를 분리시키기까지 한다. 심각한 경우에는 격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친권까지 박탈하고 위탁가정에 입양시키고 있다. 늦기는 했으나 우리나라도 최근 아동학대에 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강도 높은 처벌과 피해아동을 보호 방안 등이 확대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3살 이하 영유아들은 주변에 노출되는 시간이 적고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어 아동학대가 발생해도 보호받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제도가 왜 이리 허술한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아동학대의 빈도의 수위가 점점 높아진다는 것이 문제다. 아동학대 112신고에는 하루 평균 30여 건 정도가 접수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대부분이 부모에 의해 저질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아이를 양육하는 가정환경 때문이다. 핵가족으로 인해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보고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으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것도 한 이유다. 만약 부부싸움이라도 벌어지면 중재할 사람도 없고 하소연 할 데도 없다. 게다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면서 의심 신고가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도 한 이유이다.

아동학대의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고 있다. 아동학대는 한 아이의 인생과 그 아이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나 다름없다. "별것 아니겠지"라며 넘길 수 있는 작은 학대 행위가 아이에게 장차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법과 제도가 아직도 너무 허술하고, 국가 예산도 적어 일본의 약 7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선진국의 경우, 아동학대의 가해 부모들은 일단 법적 처벌을 받은 후에도 아이들을 돌볼 준비가 됐는지 전문기관이 확인하고 허가를 받아야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말도 못 하고 부모에게 학대를 당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억울하게 하늘로 먼저 떠난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진혼곡이 될수 있도록 뒷받침이 돼야 한다. 미래가 우리 자녀들에게 달려 있다면, 미래를 여는 열쇠는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에게 있다. 아동학대는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