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영 충주시 도시디자인팀장

[기고] 이오영 충주시 도시디자인팀장

충북 충주 시내에서 충주댐 쪽으로 자동차를 타고 조금 가면 목행동이 나오는데, 그 유명한 충주비료공장이 있던 곳이다. 우리나라가 6·25전쟁 이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먼저 나선 것이 비료생산이었고, 충주비료공장은 1959년 건설돼 1983년 조업을 중단하기까지 215만t의 암모니아와 175만t의 요소를 생산·공급하며 농업 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국내 기술로 처음 비료를 만든 충주비료공장은 대한민국의 중화학공업을 이끌며 국가경제 발전과 숱한 이야기를 남기고, 1983년 공장 가동 24년만에 문을 닫았다. 목행동을 걷다보면 낡음과 허술함이 빠르게 쇠퇴하는 현실 속에서 당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충주비료공장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어떤 학자는 "오래된 건물이 도시를 젊게 한다"고 했다. 도시는 신·구 건물이 어우러지고 조화를 이룰 때 멋스러움을 더한다. 공간이 사라지면 역사도 사라지듯 옛 건물이 사라지면 멋스러움도 숨는다.

수안보온천도 1018년 '온천이 있다'는 고려사 기록이 있을 만큼 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관광지이지만 운치있는 옛 건물은 없다. 이는 1970~1980년대 상업화 속에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로 신축한 결과로, 불과 100년 전 모습조차 다시 찾아볼 수 없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제 충주비료공장이 문을 닫은 지도 30여 년이 훌쩍 흘렀다. 그동안 비료공장 폐쇄로 지역경제는 침체됐으나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당시 건물이 조금 남아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코스모신소재가 된 공장 부지에 높이 47m의 요소제립탑이 홀로 남아 충주비료공장의 상징물이 됐다. 비료공장 귀빈 숙소였던 영빈관은 규모와 건축양식 면에서 당시로서는 최신식으로 상징성이 높은 건물이다.

도시는 거대한 스토리텔링 공간이라고 한다. 옛날 건물에는 지나온 삶이 있고 미래가 담겨있다. 따라서 목행동의 옛 건물을 통해 충주비료공장을 추억할 수 있는 지역문화자산으로 가꾸자고 제안하고 싶다.

폐쇄된 비료공장의 사택과 영빈관 부지에 아파트단지가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추억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설사 어떻게 개발이 되더라도 영빈관은 철거하기보다는 리모델링해 경로당 등 공공시설로 쓰더라도 그대로 남겼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대표 근대 산업물인 충주비료공장과 관련한 요소제립탑과 영빈관 등 시설물을 산업문화재로 관리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본다.

현재 목행동과 인근 동량면 운교마을에는 60~70년 된 옛날 풍의 집들이 20여 채 남아있어 화려했던 충주비료공장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목행동의 이런 옛 건물이 그냥 사라지지 않고 추억을 살리는 거리, 도시여행길, 향토음식과 특산품 가게 등으로 활용하며 역사가 있는 문화도시로 발전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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