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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질빈빈(文質彬彬)’을 곱씹다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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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31  14: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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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시평]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류 스타들이 주연을 맡은 사극 열풍이 불 때 관광 특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관련된 야외 세트장을 유치했고, 거기에는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었다.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지은 전국 야외 세트장이 32곳이나 된다. 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한류 스타가 인기를 누린 때는 한류 붐을 타고 내국인들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의 열성 한류 팬들로 북적이던 그곳들에 지금은 관람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반짝 특수 효과는 있었지만 관람객이 점차 외면하기 시작하면서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유지비 충당도 어려워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세트장들은 점점 흉물로 변해가고 마침내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한류 붐의 틈새를 노린 단기적 관광객 유치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타당성을 면밀히 조사하여 효율성을 신중히 따져 보고 결정해야 할 일을 경쟁적으로 졸속 행정을 실행한 결과다.

드라마 ‘태양사신기’, 영화 ‘안시성’의 세트장인 경기도 구리시의 고구려대장간마을,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영화 ‘왕의 남자’ 등 많은 드라마와 영화의 세트장인 전북 부안영상테마파크 내 세트장에도 한동안 북적이든 관람객들이 확 줄었다고 한다. 한때 드라마와 영화의 인기로 인해 지역의 ‘hot place’로 떠올랐던 이 두 곳은 적더라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져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나머지 대부분의 세트장은 만성적자는 물론 아예 답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한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외형에 치중한 나머지 그 근본인 내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 역사적 인물로 분한 한류 스타만 부각시켰지 역사 속 실제 인물에 대한 조명이 부족했던 탓은 아닐까. 야외 세트장에 드라마나 영화 속의 장면만 담을 것이 아니라 고구려나 조선의 역사와 인물 이야기를 담았어도 지금과 같은 지경에 이르렀을까.

󰡔논어󰡕에 문질빈빈(文質彬彬)이란 말이 있다. ‘문’은 꾸밈을 뜻하니 외양이고, ‘질’은 바탕을 뜻하니 내용이다. ‘빈’은 빛나다, 아름답고 성하다, 겸비하다는 뜻이다. 외양과 내용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을 ‘문질빈빈’이라 한다. 공자는 겉모습인 무늬와 속모습인 바탕이 빛나는 사람을 군자라 여겼고, 겉과 속을 모두 겸비해야 진정한 지도자라고 말했다.

일을 도모할 때는 사전과 사후에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한다. 눈앞의 이익만을 좇아 근시안적 안목으로 보고 졸속으로 일을 처리하면 야외 세트장 문제와 같은 뒤탈이 생기는 법이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이런 일들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공자는 “실질(質)이 문식(文)을 이기면 촌스러워 보이고, 문식이 실질을 이기면 그럴듯해 보인다. 실질과 문식이 겸비되어야 한다. 이것이 ‘문질빈빈’이다”라고 했다. 이는 사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문질빈빈, 이것은 군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요, 일을 결정하고 실행하기 전에 다시 한 번 곱씹어야 할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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