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융합인재교육에 대한 담론은 그동안 많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모호하기 때문인지, 여러 곳에서 융합인재교육에 대한 자문 요청이 있다. 한국교원대학교 융합교육연구소를 이끌면서 나는 어떤 특별한 지식을 더 가르치는 것이 융합교육이라는 생각은 버리게 되었다. 이제 지식은 충분하고도 넘친다. 오히려 인공지능 시대에는 AI에게 지식을 맡겨도 된다. 마치 자동차가 발명되고 나서, 짐과 사람을 싣는 일을 ‘말’에서부터 ‘차’로 넘겼어야 했던 상황과도 같다.

이 상황이 닥치자, 말들이 회의를 했다고 한다. 한 쪽에서는 “차를 없애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을 차에게 빼앗길 수 없다.”고 주장했고, 다른 쪽에서는 “잘되었다. 이제 우리는 놀고먹을 수 있게 되었다.”라고 했다. 하지만 두 주장은 모두 틀렸다. 첫 번째 주장을 말 대신 마부가 했다. 마부들은 일자리를 위해서 데모를 했고, 영국에서 1865년에 ‘붉은 깃발 법’이 제정되었다. 그 법에 따르면 차는 시내에서 시속 2마일(3km/h)로 다녀야 하고, 1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사, 기관원이 탑승하고 한 사람은 붉은 깃발을 들고 그 앞에서 걸어야 한다. 그리고 말과 마주치면 반드시 차가 정차해야 한다. 이 법은 30년 넘게 지속되었는데, 이 때문에 영국은 독일과 미국에 자동차와 철도 산업의 우선권을 완전히 넘기게 되었다.

두 번째 주장도 말의 입장에서는 일리가 있지만, 사람의 입장에서는 차가 말보다 유지비와 효율성이 훨씬 높기 때문에 사람들은 차를 선택했다. 말을 찾는 사람들이 줄면서 말의 개체 수도 급격히 줄었다. 이 일화의 교훈은, 미래를 제대로 예측하려면 현재의 상황에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융합인재교육에서 지식을 가르치지 않는다면 무얼 가르쳐야 할까? 융합인재교육의 핵심이 창의성이라면, 우리는 지식을 버리는 훈련을 가르쳐야 한다. 창의성의 반대말이 고정관념이고, 고정관념은 지식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지식을 버리는 훈련은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데 중요한 태도이다. 태도는 지식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잘못하는 점은 교사가 많이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나온다. 그런 선생님들은 지식 중심의 교육으로 직행하게 된다. 아이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교육은 가장 흔한 수업이지만, 이를 통해 배우는 것은 거의 없다고 피아제는 말했다.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것은 아이 스스로 그것을 배울 기회를 영원히 빼앗는 것이다. 이제 교사는 학생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고, 학생의 생각이 발전하게 도와준다는 태도로 바뀌어야 한다. 이제 교육에서 갑과 을의 관계를 바뀌었다. 그동안 내가 가장 못했던 일이 학생들의 생각을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주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교사로서 나의 인성이 문제인 것이다. 당장 필요한 지식을 배워서 직업을 가지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인생을 멀리 바라보고 창의성과 인성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교사인 나의 인격 수양부터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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