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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의 민족’에 告함이광표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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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0.31  14:5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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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이광표 서원대 교수

음식 배달 라이더들이 저마다의 브랜드 광고판을 붙이고 대로와 골목길을 질주한다. 이제 전화할 필요도 없이 모바일앱으로 신청만 하면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음식을 받을 수 있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 참으로 빠르고 편리한 세상이다. 음식배달 앱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라고 한다. 소비자들에게야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배달업체들은 경쟁이 치열하다. 음식 배달이 시간을 다투는 속도전이다보니 배달하는 분들도 늘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음식 배달 라이더들을 보면, 너무 빨리 오토바이를 몰다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요즘엔 새벽 식품배달이 대세다. 이른 아침에 현관문을 열면, 지난밤 늦은 시간에 주문했던 식품들이 배달되어 가지런히 놓여있다.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에게는 그야말로 상쾌한 아침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인기를 끌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에 힘입어 국내 새벽 배달 시장의 규모도 폭풍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 100억 원 정도에서 2018년 4000억 원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선두주자는 마켓컬리다. 지하철에서도 새벽 배달 광고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새벽 배달이 인기를 끌자 여타 대형 유통업체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주 소비자인 1인 가구, 맞벌이 부부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벽 배달은 인건비가 참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 아닐까. 밤에 주문이 들어오면 생산업체(생산업자)로부터 그 주문 식품을 받아와야 하고 그것을 분류해 다시 포장한 뒤 주문자의 집 앞까지 날라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새벽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 그러니 인건비가 적지 않을 것이다. 심야에 일을 하니 수당이 더 많이 나가야 한다. 게다가 신선도를 위해 포장도 2중, 3중으로 한다. 이런 상황이니 순이익이 얼마나 남을지 궁금하다.

새벽 배달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선두주자 마켓컬리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336억 원이라고 한다. 놀라운 액수다. 손실액은 계속 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주문값을 올리면 주문고객들이 다른 업체로 빠져나갈 것이다.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고 출혈경쟁을 감행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소비자들은 좋지만 새벽 배달 업체들은 고민이 깊어질 것이다. 출혈경쟁이 계속되면 결국 자본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은 밀려나고 대기업만 살아남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시장에서야 소비자가 최고라지만, 공급자도 중요하다. 공급자가 과도하게 쪼들리거나 출혈경쟁에 내몰린다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새벽 배달은 우리네 “빨리 빨리” 문화와 맞닿아 있다고 본다. 배달업체의 사정이 어떠하든 새벽 배달을 찾는 소비자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가끔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배달을 좀 천천히 할 수 없을까, 배달을 좀 줄일 수는 없을까.”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이렇게 반박할 것이 분명하다. “신속함과 편리함, 그 치명적인 유혹을 어떻게 거부하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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