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KTX 세종역 신설을 '반대한다'는 충북도와 '필요하다'는 세종시가 팽팽히 맞서면서 자칫 자치단체 간 싸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세종역 신설 논란은 지난 달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대전시·세종시 국정감사 때 일부 의원들이 추진을 당부하면서 다시 불을 지폈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같은 달 17일 정례브리핑에서 "KTX 세종역은 꼭 필요하다"며 "연구용역이 이미 발주돼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들자 충북도는 물론 충북 야당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충북도는 지난 달 31일 세종시의 KTX 세종역 신설 추진에 대해 "자체 구상일 뿐"이라며 "세종역 추진 반대 입장에는 조금도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는 이날 "세종역 추진 불가는 정부 차원에서 이미 결론 난 상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자유한국당 충북도당도 같은 달 18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와 한범덕 청주시장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으로부터 KTX 세종역 포기각서를 받아내라"고 요구했다.

 'KTX 세종역 신설 백지화를 위한 충북범도민비상대책위원회'도 앞서 9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춘희 세종시장이 KTX 세종역 신설을 추진하고 정부가 5차 국토종합계획을 비롯한 국가 계획에 반영한다면 문재인 민주당 정권에 대한 강력한 퇴진·심판운동도 불사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충북도와 정치권, 시민단체 등이 KTX 세종역 신설 불가를 주장하면서 지역에선 정부의 '세종역 불가' 방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인 2017년 4월 청주에서 유세하면서 "세종역 신설은 세종시와 충남·북, 대전시 단체장 합의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해 11월 세종 경유 호남선 KTX 직선화 추진 의원모임에서 "세종역 신설은 없다"고 단언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같은 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세종역은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낮게 나와 추진 가능성이 없다"며 "단거리 노선은 과잉투자이며 사회적 합의를 뒤집는 것이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KTX 세종역 신설 문제는 수 년 전부터 선거때 마다 뇌관으로 작용해 왔다. 실제 이춘희 시장과 세종을 지역구로 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세종역 신설을 공약으로 채택한 바 있다. 이후 잠잠해졌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의 '부정적 견해'에도 세종시와 일부 정치인들이 또다시 세종역 신설을 들고 나온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자 이시종 충북지사도 "세종시 건설 당시 오송역을 세종시 관문역으로 한다는 충청권 합의를 위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더 이상 소모전이 되지 않게  중앙정부 차원의 확고한 결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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